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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장미와 입맞춤

자연의 치유를 경험하기

by 이엔에프제이

To. 덩굴장미


나는 며칠 전부터 머리가 터질 거 같았어.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가 잘 안 되더라고.

말하자면 돈이 필요했던 거야.

지출해야 할 목록은 쌓여가는데 수입은 들쭉날쭉이라서.

그런데 말이야.

그 우울한 감정들이 자연을 만나면 어느 정도 치유가 되는 거 같아.

작은 정원을 둘러보다가 촉촉한 흙길과 초록한 세상 사이로 보인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같은데, 불현듯 내 안에 가득한 물욕들이 부끄러웠나 봐.

숨고 싶었어.

언제부턴가 자족하는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게 슬퍼.

시선을 돌려보았어.

앙증맞게 피어난 빨간 꽃들이 나를 보며 활짝 웃고 있더라.

나도 따라 같이 웃었어.

다가가 살포시 입맞춤하는데 심장이 쿵쾅대다 터질까 봐 긴장했어.

사랑이 기쁨이 행복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부자인 거 같아 기분이 좋았어.

덩굴장미를 보면서 더는 욕심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내려놓으려고 해.

추운 날 내게로 와 너의 꽃말처럼 당당하고 열정적인 꽃을 피워 나에게 기쁨을 줘서 고마워.

덩굴장미, 너로 인해 내 안에 물욕이 아닌 마음이 부유해졌다는 거 잊지 않을게.

안녕.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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