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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by 고정문


앞으로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의 마지막 인사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런 분을 사회생활 초기에 경험했다. 한 달 인턴으로 일한 회사를 나올 때에, 내 두 손을 꽉 잡고 두 눈을 맞추며 "어디서든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매니저님이 있었다. 당시엔 뻘쭘하게 나가는 나에게 정성껏 인사해 주는 것이 그저 감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니저님이 참 멋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억을 기반으로 나도 마지막 인사는 늘 잘해보려 애썼다. 특히나 다시 보지 못할 사람이라면 더, 마지막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이직하는 후배들, 동기들이 있으면 양껏, 함께 기뻐해주곤 했었다. 밥 한 번 못 사준 후배에겐 작은 선물이라도 내어주었다. 내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4년 만에 퇴사를 하며, 떠나는 사람에겐 마지막 인사가 '저 사람 좋은 사람이었지'보다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나의 마지막 인사에, 밥이라도 먹자고 데리고 나가서 대접해 주는 팀장님도 계셨고, 주기적으로 찾아와 나를 잃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과장님도 계셨다. 언제든지 밥 사줄 테니 배고프면 연락하라는 동기도, 정성껏 선물과 편지를 준비해 준 동기도 있었다. 종종 시간 내서 만나자며 연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차장님도 계셨다. 나의 퇴사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전화까지 주신 전 실장님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아쉬움과 응원의 인사도 있었다.


내겐 그 모든 인사가 '고생 많았어.' 하는 위로로, '앞으로 잘 살아'라는 응원으로 다가왔다. 퇴사하기 전까지는 회사와 회사사람들이 다 원망스럽고, 나만 일하는 것 같이 외로웠는데. 막상 떠나니 차가웠던 건 그냥 나 하나였구나 싶었다. 마지막 인사라는 건, 나를 이만큼이나 생각하고 있었다는 소중한 마음이었다. 단지,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줘'가 아니라.


이제 나도 다른 어떤 곳에서 누군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된다면, 그에게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더 전하는 편이고 싶다. 내가 받은 것처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인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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