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때 주변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필수라고들 하는데, 나는 부모님과 제대로 의논하지 않은 채 퇴사를 결정했다. 참 버릇없고 멋없는 딸내미다.
입사 1년 차에 퇴사 뽐뿌가 왔을 때는 나름 의논을 시도했었다. 월급쟁이로는 내 욕심을 채울 수 없다면서, 부모님께 퇴사 후 사업을 해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니가 취업하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해 봐라. 회사에서 기회를 찾아라. 자리를 얻고 보니 소중함을 잊은 것이냐. 성급히 가지 말아라.’ 하시며 나의 의지를 꺾어내셨다. 나는 무한한 내 잠재력(?)을 몰라주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하였으나, 아버지의 말에 항변하지 못했다. 결국 그 퇴사선언은 철회되었다.
고작 그 정도의 의지였던 것이다. 내가 정말 뜻이 확고했다면, 부모님이 아니라 저승사자가 와서 안된다고 했더라도 ‘아니. 난 퇴사할 건데?’ 했겠지.
결국 3년 뒤, 진짜 퇴사를 할 땐 부모님과 논의는 개뿔 언질도 주지 않고, 카톡으로(...) 사직서를 찍어서 보내드렸다.(....)
사실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자식이 명확한 계획도 없이 쌩퇴사를 하겠다는데, ‘그래라~ 뭘 해도 우리 딸 응원한다 파이팅!’할 부모님이 몇이나 될까. 당장에 남들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잘 다니던 딸이 그 모든 것을 이유 없이 고스란히 내던지겠다는 게 걱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부모님을 안심시킬 계획도 말재주도 없었다.
그럼에도 퇴사를 해야 한다는 마음만큼은 확고했다. 내 인생, 내 회사에 대해 내가 느끼는 것보다 확실한 것이 있을까 싶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더는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책임질 내 선택이었다. 나의 퇴사로 인해 내 인생이 쪽박을 친다고 해도, 부모님께 짐을 지울 생각도 없었다.(물론 부모님은 그리 생각지 않으실지 모르겠다.) 부모님과 논의하지 않은 것은 계획 없는 내 퇴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였던 것이다.
어쨌든 결국 나의 퇴사에 대해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셨다. 회사를 관두었다는 딸이 세상 걱정 없는 때깔로 나타나서는 ‘걱정마소~’하는 모습에 말문이 턱 막히셨을지도.
이런 내가 불효자라 하여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불효하지 않으련다. 더 이상 부모님이 내 걱정하지 않게,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하게, 후회 없이 살련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인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