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는 나의 퇴사를 누구보다 응원해 주었으나, 나보다도 내 퇴사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한순간 일자리가 사라진 나의 공백기가 혹여 쓸쓸하고 외롭지 않을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지는 않을지, 마음이 불안하고 지쳐하지는 않을지 내내 걱정하는 그이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힘들어할 때에는 남자친구가 그다지 걱정하지 않더니, 회사를 관두고 행복하게 세상 열심히 지내는 요즘 오히려 내 걱정이 많은 남자친구다. 그런 남자친구가 불안해할 때마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좋아지고 행복해졌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경제적으로 손 벌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도 쉬이 편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도 퇴사를 결정할 때 어느 정도 감안했던 부분이다. 남자친구와는 4년 가까이 만났다. 당장 결혼해도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에 대뜸 퇴사를 결정하고, 우리의 미래를 일단 보류한 것이다.
적당한 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열심히 저축해 집을 장만하고, 그렇게 안정적으로 계획되었을 법 한 우리의 미래가 나의 퇴사로 인해 한결 불안정해진 것은 사실이니, 어떻게 보면 나는 그와의 미래를 담보로 퇴사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살고 싶은 미래는 그렇게 적당히 참으며 사는 미래가 아니었다. 물론 남자친구를 정말 사랑하지만, 결혼과 예쁜 아이, 화목한 가정. 그것을 위해서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나 스스로가 더 중요했다. 더 자유롭고, 더 불안정하고, 더 도전하고 싶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주고,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 주고, 응원해 마지않는 그에게, 그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온전히 나만 생각하고 선택한 퇴사이지만, 그에게 결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기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