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병이라고 하던가, 직장생활 3년 차에 퇴사욕구가 극도로 치솟는다는 연구결과(연구자 : 글쓴이)가 있다. 나는 정말 3년 차 퇴사병을 제대로 앓았다. 다만, 하루는 퇴사하지 말아야 할 것 같고, 하루는 퇴사해야 할 것 같았다. 확실한 용기와 동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일 퇴사를 되뇌고 말하면서, 퇴사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못나보였다. 그래서 퇴사할 용기를 위해 퇴사하던 해에 진행시켰던 일들이 있다.
첫 번째는 일기 쓰기다. 매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과 감정을 담은 일기를 써서 퇴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날이 더 많아지면 퇴사를 하자고 결심했다. 유튜버 이연님이 퇴사하기 전에 했다는 방식이다.
물론 정확히 수를 세지는 않았으나, 4분기 즈음 되자, 퇴사하고 싶지 않았던 날이 거의 없다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 퇴사자체에 불안한 생각이 들 때, 내가 어느 정도 퇴사를 하고 싶었는지 지난 일기를 돌아보는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두 번째는 주변에 떠들어대기다. 계속해서 동기들에게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인사발령 때 어디를 지원할 거냐는 동기에게 ‘난 떠난다. 잘 있어라’하며 농담인척, 겨울에나 할 퇴사인사를 봄부터 전했다.
그러다 보면 “언제?”, “뭐 하러 나가는데?”, “그럼 부모님은?”, “그럼 남자친구는?” 등등 내가 해야 할 고민들을 먼저 질문해 줘서, 계획 따위 없는 P형인간인 나도 자연스럽게 그것들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되니 이득이다.
물론 직장인 2대 허언으로 취급하는 동기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뭔 소리고 같이 정년퇴직해야지~” 이 말을 들으면 소름이 쫙 돋으면서 퇴사심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책 읽기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대며 누워있기보다는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었다. 부자 되는 방법, 멘탈관리 방법, 회사에서 현명하게 일하는 방법 등.
책은 또 다른 친구이자 선생이라던가, 나는 책 속의 선생님들로부터 자신감을 얻었다. 의도하지 않고 매일 마주하는 사람은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책은 분명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그 외에도 나의 소비 수준 파악하기, 퇴직금 계산해 보기, 나가면 해볼 수 있을 알바자리 물색하기 등등 여러 퇴사계획 세우기도 작은 실천으로 포함된다.
그저 통보하면 그만인 계약해지이지만, 2년을 준비해 4년을 다닌 회사와 이별하는 것은 꽤 많은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퇴사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터다.
혹 퇴사를 고민하며 이 글까지 닿은 이가 있다면, 퇴사이든 잔류이든 스스로의 흐릿한 마음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