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한 번쯤 군대 가는 꿈을 꾼다고들 하는데, 나는 어젯밤 회사로 돌아간 꿈을 꾸었다.
내 몸은 회사에 있었다. 분명히 퇴직일자가 지났는데, 회사였다. 꿈에서도 내가 왜 회사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옆에 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나 왜 여기 있지? 분명히 퇴사했는데. 내가 돌아오고 싶어 했었나..?"
꿈에서도 내가 회사에 돌아오고 싶었는지, 죽어도 돌아오기 싫었는지 분간이 안 갔나 보다. 꿈속의 동료도 별다른 답을 주진 않았다. 내가 한 푼이라도 아쉬워져서, 퇴직일자 이전에 철회라도 했었나? 정말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꿈속의 회사는 평소와 달리 참으로 평화로웠다. 점심시간이었는지, 사무실에선 다들 일하지도 않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내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난 퇴사하기로 결심했었다고.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나는 결국 다시 퇴사의지를 밝히기 위해서 저만치 걸어오는 상사에게 뛰어갔다.
띠디디-띠디디-
잠에서 깼다. 현실이 아니라 참 다행이었다. 내가 무언가에 타협해서 회사에 돌아간 게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었다.
실은 얼마 전 만난 회사 친한 동기가 내게 물었다.
"너 혹시 회사 돌아올 생각 있어? 뭐 조건이 바뀐다거나, 업무가 바뀐다거나.. 배려해 주면 말이야."
나는 백수의 삶을 만끽하고 있었기 때문에 킥킥 웃으면서 대답했다.
"월급 두 배 주면 가지! 일 안 시키면 가고~! 사람 여럿 붙여준다고 하면 가지~"
그랬더니, 우리 팀의 후임자가 된 차장님이 나의 퇴직철회를 원하며, 동기에게 연락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 차장님이 고대리 돌아올 생각 없는지 좀 물어봐 달리더라고. 너 괜히 PTSD 올까 봐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선택권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빵 터져서 답했다.
"아이! 절대 안 가지! PTSD가 왜 와ㅋㅋ 난 그 차장님 아는 사람도 아닌데, 어지간히 힘든가 보네."
동기의 조심스러움이 고마웠으나, 나는 오히려 내 빈자리가 느껴진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하고, 퇴사한 사람까지 찾을 정도로 바쁜가 싶어 나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마도, 회사의 전반적인 부분들이 모두 개선되어서, 일하기 좋은 회사 1위로 꼽힌다고 해도, 나는 딱히 회사로 돌아가고 싶진 않을 것 같다. 꿈에서도 그랬듯, 나는 평화로운 회사에서도 얼른 여길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
나의 하루에 소중함을 한 스푼 얹어준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