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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쭌쭌이맘 May 03. 2024

17화.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글쎄. 엄마도 생각이 안 나..

오늘 아침은 미역국으로 준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다른 메뉴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남편 아침밥과 똑같이 차렸다.

세 아이의 반응은 매일 비슷하다.

옷을 갈아입고 아휴~ 소리를 내며(아침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식탁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좀처럼 숟가락을 들지 않는 아이들.

출근 준비하며 오가며 밥 먹으라는 말을 여러 번 하니 마지못해 숟가락으로 밥을 몇 번 떠서 국에 말아놓는다. 그렇게 바로 먹으면 좋으련만 거기서 또 멈추다가 재촉하는 내 목소리에 탁!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는다.


첫째 아이가 3~4번 먹더니 배부르다며 싱크대로 그릇을 가져가 남은 밥을 홀라당 부어버린다. 오빠가 숟가락을 놓으니 셋째 아이도 슬쩍 일어나고, 둘째 아이만 미역을 이리저리 피해 국물에 소고기만 올려 후루룩후루룩 먹는다. 이건 먹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괜히 걱정되어 한 마디 하면 아이들도 기분이 상할 테니 참으려고 한다.

'얘들아. 아침 일찍 일어나 밥 먹는 게 힘들더라도 제발 한 입씩만 더 먹자.'

출근 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간단히 준비하는 아이들 아침밥. 모두 인기없지만 가장 인기없는 메뉴는 누룽지다. 누룽지가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데]



어제는 감기 기운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아 장을 보러 갔다. 그동안 감기로 누워있으면서 계속 배달 음식을 먹었더니 물리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셋째 아이가 돼지갈비찜을 먹고 싶다기에 넉넉히 고기를 사 와 핏물을 빼고 미역국을 끓이려고 미역도 불려 놓았다. 핏물이 빠진 고기는 가스레인지에 올려두고 양념장을 만드는데 매번 아이들이 너무 달달하다고 해서 이번엔 설탕을 조금만 넣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양념장을 맛보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오늘 컨디션으로는 더이상 수습이 안될것 같아 일단 음식을 하면서 간을 맞추기로 하고 삶은 고기를 씻어 양념장에 재우고 양파, 당근, 피망, 당면, 떡을 넣고 맛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뽀글뽀글 끓어오르니 비주얼은 괜찮은 것 같은데 국물 맛을 보니 조금 짜다. 물을 한 컵 부었다.


다행히 첫째와 셋째 아이가 돼지갈비찜이 맛있다며 잘 먹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는 앞접시에 갈비찜을 덜어두니 그건 그대로 두고 진미채볶음과 계란프라이만 먹는다.

이것 좀 먹어봐 하니 응, 고개만 끄덕이고 손은 가지 않는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밥은 그대로 두고 고기만 몇 점 더 먹더니 배부르다고 내려가고, 잘 먹던 셋째도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둘째도 고기는 그대로 두고 밥만 한 그릇 간신히 비우고 내려갔다.


"이제 엄마는 더 이상 반찬 준비를 안 할 거야. 앞으로 진미채볶음과 계란프라이만 해주겠어. 엄마는 열심히 만들었는데 너희들이 안 먹으니 이제 할 필요가 없겠어."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러는 것일까.

오늘따라 식탁 위 남아있는 반찬과 아이들의 밥이 더 신경 쓰인다. 맛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유치한 말을 해버렸다.



퇴근 후 현관문을 들어서면 아이들이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라고 물어본다.

입맛에 안 맞으면 이번처럼 손도 안 대면서 아이들은  물어본다. 나는 이 시험을 잘 통과해야 한다.

삼겹살 -> 우와!

오리훈제볶음이나 샤부샤부 -> 오~~

소불고기에 된장국 -> 다른 거 없어?

치킨이나 분식데이 -> 와~~ (항상 이 메뉴가 인가가 가장 좋다)


남편은 종종 한 끼 잘 때웠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 표현이 정말 싫다.

뭔가 억지로 먹은 느낌이 들어서다. 남편과 세 아이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을 한 상을 맛있게 차리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저번 주 나로부터 시작된 감기가 일주일사이 우리 집을 휩쓸고 있다.

나는 일주일째 감기 증상을 달고 있으며, 남편은 4월 30일 퇴근길에 병원에 다녀왔다.

열은 없는데 목이 부었는지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고 다음 날엔 중요한 골프 약속이라 취소할 수 없다며 골골 대면서 갔다가 밤에 퉁퉁 부은 상태로 돌아왔다.

남편은 모임에 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니 하루 푹 쉬면 좋아지겠지 했더니, 오후 2시쯤 첫째 아이에게서 아프다고 전화가 왔고 집에 돌아와 체온을 체크하니 39도가 넘었다. 이런!

서둘러 병원에 가서 독감 검사를 했다. B형 독감이란다. 또?

"선생님, 독감도 이렇게 자주 걸릴 수 있는 건가요?"

선생님이 전산을 확인하더니 작년 7월에는 A형이였네요 하신다.

독감 치료제를 맞기로 했다.  독감에 여러번 걸리고보니 먹는 약보다는 치료제를 투여하면 그 뒤로 열도 나지 않고 훨씬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이는 엄살이 심한 편인데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를 꽂기 위해 팔을 주무르며 혈관을 찾는데 벌써 아아악~~ 소리가 나온다. 선생님이 아이 이름을 부르며 "OO아 이모가 보고만 있잖아." 하신다.

팔이 통통한 아이는 결국 양쪽 팔에서 혈관을 찾지 못해 통통한 발등에 주사 바늘을 꽂게 되었다.

나는 차마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팔이 아니라 발등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플 것 같았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데도 찌릿 느껴지는것 같다.

둘째, 셋째 두 아이들은 이 무시무시한 감기 소용돌이 속에서 무사히 잘 넘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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