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하기 전에 보에서 물을 내려보낸답니다. 철없는 아이들은 도랑에 물이 내려오는 길을 따라 달리기를 했답니다. 중간에 쓰레기에 걸리면 물길을 터 주면서 달리기를 합니다.
흙탕물이 서서히 맑은 물이 되면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물에 빠뜨리기도 하고 그러다 심통이 나면 토라져 말도 안 하고 며칠을 보내다 빨래터에서 마주치면 빨랫방망이를 일부로 세게 두드려서 물을 띄기가 하다 심하면 빨래통에 물을 담아서 붓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을 보고 서로 보고 웃다 보면 토라진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실컷 웃고 떠들기 일쑤였습니다.
비가 오고 난 후 친구들과 도랑에서 그물을 가지고 고기를 몰아서 잡기도 했답니다. 도랑을 한 사람은 그물로 막으면 친구들 여러 명이 풀숲을 마구 흔들면서 고기를 몰아서 그물에 들어가게 하는 방식으로 고기잡이를 했습니다. 바짓가랑이를 허벅지까지 올리고 서로 먼저 고기를 몰겠다고 다투다 한 명이 넘어지면 뒤에 따라가다 함께 넘어져 코를 바닥에 찍으면 물을 먹고 죽는다고 앞에 있는 친구를 뒤에서 밀고 난리를 피우면서 고기는 잡지 못하고 옷만 젖어서 혼이 나기 일쑤였답니다. 때론 아래 빨래터에서 빨래를 한다는 것을 까먹고 논다.
어른들에게 들켜 혼이 날까 무서워 물에 젖은 옷을 입고 도망가다 옷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깨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송사리도 많았고 미꾸라지 가재 개구리도 있었답니다. 간혹 물뱀이 나오면 기겁을 하고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길가에 뱀이 있으면 돌을 던져 잡기도 했는데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어미 뱀을 죽이면 숨어서 보고 있던 새끼 뱀이 밤에 찾아와 복수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뱀을 친구들이 죽이는 날이면 복수하러 새끼 뱀이 올까 두려움이 떨기도 했답니다.
도랑은 놀이터이면서 빨래터 수다방이었습니다. 간식도 가져와서 나눠 먹기도 하면서 밤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목욕탕도 되었습니다. 장소 하나하나 추억이 참 많았답니다. 이젠 빨래터도 도랑도 사라지고 오염이 심해서 고기도 잡을 수도 없고 친구들과 실랑이하며 놀 친구들도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하나하나 꺼내니 참 많은 이야기가 술술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