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하면 옥수수와 감자가 최고. 우리 집도 옥수수와 감자를 많이 심어서 옥수수는 여름 양식이고 간식이자 과자이기도 했다.
옥수수가 한창 자랄 때면 옥수수수염으로 머리를 땋고 놀았다. 양갈래 머리를 땋아서 인형 놀이를 하면 이쁜 수염을 찾아야 했는데 옥수수가 알이 차기 시작할 때 가 가장 이쁘다.몰래 옥수수를 인형 놀이를 하면 바비인형보다 더 이뻤다. 익지 않은 옥수수를 땄기에 혼도 많이 나기도 하면서도 놀이는 계속해야만 했다. 장난감이 없었기에 자연이 내어주는 것으로 놀이도 하고 먹기도 하고...
감자는 여름의 또 다른 양식이었다. 찌고 볶고 수제비로 해 먹고 삭혀서 떡을 해 먹고 감자전을 감자범벅을 해서 먹었다.감자범벅은감자를 삶고 난 후에 밀가루 반죽해서 해서 올리면 된다. 반죽이 익으면 감자와 익은
반죽을 마구 섞어서 먹으법 별미이다.
옥수수로 국수를 만들면 올챙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올챙이 국수라 했는데 국수에 양념 간장으로 간을 맞춰서 먹으면 고소하고 짭쪼름한 맛에 여름의 더위을 식혀주었다.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앙금을 만들어 뭉쳐서 머위잎에 싸서 떡을 만들면 머위잎 향기가 베어 고소하고 쫀득함에 입이 즐거웠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물은 냉장고였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했다. 여름이면 김치를 해서 우물에 넣어두고 먹고 수박도 우물 속에 옥수수밭에서 따 먹던 개똥참외도 동동 지금 냉장고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우물속에서 동동 떠다녔다.갈아 앉는 것을 꺼내기 위해서 물을 다 퍼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물 청소를 하다 보면 미꾸라지도 나오고 가재도 나왔다. 수도가 없어 물을 길어다 먹었는데 양쪽에 양동이를 들고뛰다 넘어져 옷은 흠뻑 젖고 무릎은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다.양동이로물을 기르면서도 그냥 하지 않고 오빠와 언니들과 내기를 해서 이긴 사람은 한번만 해도 되지만 진 사람은 가마솥이 세개가 있는데 다 채워야만 해서 죽을 상을 하고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빨리 달리다 보면 물은 다 쏟아져 반만 솥에 부어야 하기도 했지만 그때 키운 힘 덕분에 아직도 알통이 있다는 사실은 믿거나 말거나 ..
별이 빛나는 밤이면 동네 사람들이 다리 위에 모여 더위를 피했다. 다리 위 가득 모여 간식을 가져와서 먹고 잠도 자고 아이들은 다리 아래에서 목욕을 했다. 어떤 때는 물뱀이 내려오면 혼비백산에 난리도 아니었다. 신나게 놀다 입가가 파랗게 되면 다리 위로 올라와 어른들 뜸에 끼여 수다를 엿듣고 간식을 먹으며 누우면 가장 행복했다.
쑥향으로 모기를 쫓고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쏟아지는 별들과 은하수 그리고 별똥별이 하늘 빼곡해 별자리를 찾는 재미도 있고 별똥별에 소원도 빌고 했다.
초저녁에 모여 9시가 되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잠이 든 사람은 아침이슬을 맞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