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생이 된 윪
나는 우연히, 정말 좋은 기회로, 3개월 동안 나의 직무와 연관된 일을 했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 아르바이트지만 울면서 지원서를 작성했다. 카페에서 아직도 울었던 그 기억이 생생하다. 뭐가 그리 서럽고, 분노하였는지. 사실 알 것도 같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끝을 보면 나만 힘들어 지기 때문에 외면한다. 여하튼,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걸 알기에 열심히 했다. 이전 아르바이트생분들과 달리 나의 업무를 더 확장했다. 노션으로 담당자님의 고민이나 인사이트에 대한 근거와 자료를 찾아서 보여드렸다. 정말 열심히 했다. 가끔은 밤을 새기도 했지만(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게으른 완벽주의자여서) 정말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의 어쩌다 보니 열정을 갈아 넣었다. 그렇게 난 3개월의 시간이 끝났다.
너무나도 쉬웠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 베이식의 노래와 반대로, 취준 시장에서 기회는 만나기 어렵고 이별은 개쿨했다. 인수인계까지 마무리 지었고 사실 어느 정도의 근자감이 있었다. 내 다음 사람이 나 만큼 못할 거라는 생각. 그런 생각은 언제나 빗나간다. 세상은 넓고 인재는 널렸다. 나의 열등감 중 하나는 영어를 열심히는 하는데, 못 한다는 게 흠이다. 나의 다음 분은 영어권 교환학생을 다녔고 다른 곳에서 인턴도 하신, 너무나도 멋진 사람이었다. 나보다 우월한 스펙과 나름 센스도 갖춘 것 같았다. 그런 나는 인수인계를 해주면서 그래도 내가 직접 스스로 일을 만들었으니까. 그건 못 할 거야. 그래, 괜찮아라고 다독이는 순간. 다음 아르바이트생분이 말했다. 내가 하는 것을 고대로 하고 노션도 하기로 했다고, 자율적이지만 자기는 이렇게 비교하고 인사이트 아이디어 찾는 거 좋아한다고 말이다. 아 망했다. 이 사람 생각보다 대단하다. 슬퍼진 표정을 숨긴 채 열심히 인수인계를 한 후, 나는 자꾸만 자꾸만 내가 아르바이트했던 그 시절이 쓸모없어지는 거 같았다. 나름 대체 불가능한 인재의 발끝 정도 따라잡은 거 같았는데, 너무나도 쉽게 나는 대체되었다. 채용시장은 이런 것인가? 나의 특별함과 독특함은 보편화된다. 자꾸만 기가 죽는다.
나는 열심히 해도 너무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의 글 또한 그렇겠지. 이런 마음이 들 때면 자꾸만 고개를 처 박고 자고 싶어 진다. 꿈의 세계는 유일하니까.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한다. 왜? 도대체? 한 인간이 이렇게나 갈려야만 할 수 있는 게 취업인가? 의문이 늘어나면 그것 또한 빠르게 외면해야 한다. 의미가 있던 없던 생각은 필요 없다. 결과만 존재할 뿐. 여하튼, 이제 본격적인 취준인데, 자꾸만 넘어질 것 같은 나 자신이 버겁다. 안쓰러움을 넘어선 체념, 뭐랄까. 그래도 나는 긍정과 낙천 사이에서 존재하고 싶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을 계획하고 완벽한 하루를 꿈꾸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