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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계 Jan 15. 2022

[취준생일기] #2. 나는 너의 합격이 기쁘지 않다.

: 취준생이 된 윪

: 취준생이 된 윪

퀴즈. 진정한 친구란?


1.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사람


2. 기쁠 때 함께 웃어주고 축하해주는 사람



당신의 선택은?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취준의 사회에서는 슬플 때 함께 울어주고 술 마셔줄 수 있다. 친구를 안 뽑은 회사를 왕창 욕해줄 수 있다. 그런데 합격이라? 상황이 좀 달라진다. 그 친구가 미운 게 아니라 그때부터 자아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 정의한다. 친구가 합격했을 때 온 마음으로 기뻐해 주는 친구, 그게 진정한 친구다.



며칠 전의 이야기다. 나는 스터디 단톡방을 그냥 그렇게 봤다. 의식 없이 알림을 없애려고 들어갔는데, 웬걸. 한 명이 서류를 합격했단다. A는 객관적으로 나보다 좋은 대학, 높은 토익점수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처음 넣은 회사에서 그것도 취업 준비하는 애들의 선망인 회사에서 서류를 합격했다. 나는 좌절했다. 이번에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작년 내 생일날 지원서를 넣었으므로, 3주간에 기다림은 나를 애태웠던 그 시절, 병원 앞에서 마주했어야 했던 탈락 소식. 나한테 어려웠던 일들이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를 못 해줬다. 답장 한 줄, 의미 없이 보내도 되지만 나는 보낼 수 없었다. 마치 신기루 같았던 기회가 남에겐 너무나 쉬워서.



그때부터 나의 학력, 자소서,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등 나의 자소서를 뚫어지게 봤다. 보다가 억울했다. 내가 대학 그래도 좀 못 나와도 말이야. 페이지를 가뿐히 넘기는 경험이 있는데, 왜 나는 안되는 거야. 그리고 토익점수. 이건 나의 천추의 한(다음에 이야기하겠다.) 주관적인건 내가 비교할 수 없음으로 객관적인 정보로 A와 나를 평가했다. 자소서를 따질 수 없었다. 이미 객관적으로 나는 아웃. 이렇게 되면 평생 바꿀 수 없는 것에 탓을 하게 되므로 자기비하의 길로 쉽게 빠진다.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닌데 자꾸만 나에게 모자란 것만 보인다.



A가 싫은 게 아니다. 최종 합격을 바라지 않는 게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그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만, 나의 우울의 근원은 나 자신이다. 토익점수를 만들지 못한 나, 자소서를 더 예쁘게 쓰지 못한 나. 미움의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간다. 쉬운 기회가 오지 않는 나의 인생을 탓한다. 나도 안다. A가 얼마나 무수히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뎠을지. 다만 나도 함께 그런 시간을 견뎠으니 결과가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니까 자꾸만 가까운 사람과 비교하게 되는 거다. 친구를 기쁘게 축하해줄 수 없었다. 친한 사이는 아니어도 얼굴 보면 웃는 사이인데, 이런 내 마음이 치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또 며칠이 흐르고 A는 면접을 봤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A의 자신감과 패기가 부러웠다. 멋진 사람인 A를 온전히 응원하고 싶다. 상황이 너무나 미웠다. 그래도 스터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먼저 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나를 향한 자신감은 자꾸만 나를 짓밟는다. 나도 기쁘게 축하해주고 싶다. 정말 고생했다고, 될 거라고. 확신을 주고 싶다.



결국 나는 A에게 확신의 말을 보냈다.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뿐해졌다. 좋게 보면 그 아이가 어려운 서류합격의 길을 갔으니 나도 갈 수 있을 거란 희망. 서류 합격자가 두문불출했는데, 내 앞에 나타났으니 나도 갈 수 있겠지. 그러겠지?


이상하리만큼 나 자신을 미워하고 미워하게 된다. 여유가 없으니 누군가도 응원을 마음껏 못 해주겠다. 나도 당신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


혹시 나와 같은 치졸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너무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천천히 받아들이고 나만의 타이밍을 기다리면 된다. 내 타이밍이 있다. 분명히.


아주 소중한 친구가 보내준 짤이 있다. 내 웃음을 빵터지게 한 그 짤. 이런 마인드로 살아야지.




침착하자. 우리가 가야할 곳만 집중하자. 달팽이 처럼 :)








덧붙이는 말) 혹시나 첫 번째 두 번째 글이 너무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서 불편하다면, 취준시장의 구조를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나 또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평가받는 대상이며 정확한 기준 없이 합불결과를 받는다. 그러니 주변 사람에게 더욱 많이 영향을 받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해줬으면 한다. 그 대상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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