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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Dec 04. 2020

내 친구 어른 멍멍이, 사월

멍멍아, 야옹하고 울어봐.

고양이


 괜찮은 인간 '언니'가 갑자기 사라진 지  번째 날이 되었다. 내가 배고플 때 맘마를 주는 인간도 바뀌었다. 내가 응가를 하고나면 항상 몸을 닦아주던 언니는 어디로 간 것일까? 매일매일 언니랑 같이 가지고 놀던 쥐돌이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놀려니 너무 심심했다. 물론 언니가 없어도 나는 빼먹지 않고 사냥훈련을 하고 있. 더군다나 나는 언니에게 보여주기 위해 쥐돌이를 공략하는 방법을 다섯 가지나  만들어두었다.


 '내가 쥐돌이를 사냥하는걸 빨리 보여줘야 하는데...'


 드르륵. 

 

 오늘도 언니가 아닌 다른 인간이 맘마를 주러 왔다. 이 인간도 나한테 '사랑'이라고 부른다. 언니가 단단히 일러두고 갔나 보다.

 언니는 사냥을 하러 꽤 멀리 갔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나를 못 보러 오는 것이 틀림없다. 매일 "사랑아~"하고 불러주던 괜찮은 인간이 없으니 나의 콩닥이는 심장 심심해하는 것 같았다.


 언니는 사냥을 하러 어디쯤 갔을까? 엄마가 사냥을 해오던  강가 할아버지네 사과나무 밭까지 갔을까? 아니지, 아니야. 언니는 다리가 두 개밖에 없어서 엄마처럼 멀리 가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럼 옛날에 우리가 살았던 이웃집 할머니 댁 지붕까지 갔을까? 하지만 언니는 우리 엄마처럼 높은 곳을 오를 때 꼭 필요한 발톱이 없다. 죄다 둥글둥글한 발톱만 있는 언니는 이웃집 할머니 댁 지붕을 오르는 것힘들 할 것이다.


 언니는 다리도 우리보다 적고, 발톱도 미끌미끌거리고, 몸에는 털이 하나도 없다.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먹고 사는 걸까?

    

 "휴... 혼자 사냥도 못할 텐데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나는 창가에 앉아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때였다. 나의 한숨에 대답이라도 하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아기 고양이. 넌 진짜 내 발보다 작구나. 몇 살이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향하니,  하얀 털로 덮인 기다란 다리가 보였다. 긴 다리를 따라 올라가니, 엄청나게 큰 동물이 있었다. 엄마의 말씀이 생각났다. 저건 멍멍이다! 


 "나는 너를 알아. 우리 엄마가 말해줬어. 우리랑 비슷한데 입이 앞으로 삐쭉 나오고 매일 쓸데없이 꼬리를 흔들어내는 동물을 멍멍이라고 했어. 너 멍멍이 맞지?"

 "멍멍이라... 그렇게 불리기에는 나는 너무 어른이. 어른 멍멍이는 인간의 말로 '개'라고 부른다!"

 "너는 어른 멍멍이구나. 넌 어른이라서 그렇게 큰 거야?"

 "하하하. 이것 참 쑥스럽군! 하긴, 내가 덩치가 좋긴 좋다!"

 "나는 사랑이라고 해. 너도 이름이 있어?"

 "나의 이름은 사월이다. 반갑다."

 "우와! 이름 되게 멋지다!"

  

 어른 멍멍이 사월이는 내 말에 기분이 좋은 듯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런데 동시에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댔다.

 

 "사월아, 내가 너 기분을 상하게 했어? 왜 그렇게 꼬리를 흔드는 거야?"

 "아기 고양이. 너는 아직 배울 것이 많구나. 자고로 우리 개들은 고양이와 달리 꼬리를 흔들면 흔들수록 기분이 좋은 것이다."

 "우와. 너희도 꼬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구나? 너는 어른 멍멍이라서 아는 것이 많구나! 너 정말 똑똑하다!"


 어른 멍멍이 사월이는 나의 칭찬에 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하얀  꼬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었다.

 사월이가 알려주는 이야기는 참 재밌었다. 이 집의 인간들에 대한 소개도 해주었고, 이 집에 나랑 같은 고양이가 더 있다는 정보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상자를 주워가는 할머니와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사월이는 어른 멍멍이라서 그런지 아는 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사월이는 언니가 어디로 사냥을 하러 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 사냥을 하러 갔는지 알기만 하면, 내가 가서 도와줄 수 있다. 아직 내가 작긴 하지만, 쥐돌이를 사냥해온 기술들을 쓴다면 언니보다 더 사냥을 잘할지도 모른다.


 "사월아! 너 혹시 언니를 아니? 매일 나한테 맘마를 주던 인간이야. 머리에 긴 털이 있고..."

 "아, 내 주인님의 딸을 말하는 거구나?"

 "딸?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나는 그 인간을 언니라고 불러."

 "아마 같은 인간을 말하는 것이 맞을 거다. 그런데 주인님 딸은 며칠 전에 서울이라는 곳으로 가버렸다. 인간들은 돈이란 걸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버리다니? 돈이라니?"

 "음... 그러니까 인간은 먹고 살려면 돈을 사냥해야하고, 그래서 떠났다는 것이다. 한참 후에 돌아오겠지."


 언니가 나를 떠났다. 나의 첫 괜찮은 인간이 갑자기 나를 떠나버렸다. 역시 엄마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인간은 위험할 수 있으니 경계하고 주의하라고 하셨는데, 내가 엄마 말을 잊고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 보여주려고 준비한 쥐돌이 공략법을 무려 다섯 가지나 준비해두었다. 이제 나는 숨어서 공격도 할 수 있고, 뒷발로 팡팡차기도 할 수 있다. 이빨로 물고 흔들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언니가 멀리 사냥을 떠나버렸다.


 나는  더 이상 쥐돌이랑 사냥놀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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