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영어로 표기할 때 두 가지의 번역이 있습니다. 하나는 Elementary School이고 하나는 Primary School입니다. 한국어로의 번역은 둘 다 초등학교이지만 이 둘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Elementary라는 단어는 기초, 초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Elementary School은 말 그대로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뜻이죠. 영어권 국가에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고 한국에서도 초등학교는 Elementary School입니다. 논리적으로 초등학교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정당합니다. 초등학교는 분명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기능과 학문을 다루니까요. 또한 우리가 살펴본 교육과정에 근거하면 초등학교는 분명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서 기본생활습관 형성과 기초능력을 배양하는 교육기관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표기가 초등학교의 한계를 규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는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것 이외의 무엇이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교과의 내용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매우 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접하는 생활 규칙과 인성교육이 어른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굉장히 중요한 것들을 초등학교에서 학습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보호 아래 존재했던 하나의 세계를 초등학교에서 확장시킵니다. 알은 세계이고 학생들은 알에서 깨어나 더 큰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죠. 한 사람의 자주적인 인생은 초등교육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런 교육을 기초적이고 초보적이라는 이름으로 한정시켜버리면 매우 섭섭하죠.
Primary라는 단어는 제1의, 우선이 되는, 중요한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Primary School은 우선이 되는 중요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도 초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Primary School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Elementary School보다 훨씬 더 초등교육의 본질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교육은 한 인간이 처음으로 겪는 공교육 시스템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과정이고 경험입니다. 초등교육의 목표는 기본생활습관의 형성과 기초능력을 배양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것은 한 개인의 인생에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들입니다.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교육 다음에 심화과정을 거쳐 훌륭한 인재가 양성되는 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초등교육이 끝나더라도 늘 기본생활습관과 기초능력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초등교육은 가장 먼저 실시되는 교육이면서 가장 중요한 교육입니다. 초등교육을 Elementary 단계 정도로만 바라본다면 초등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이 지지부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지역에 있는 학교의 교육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섞인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글을 발췌해서 소개해보겠습니다.
여러 방송들을 접해보니 요즘 초등, 중학생 친구들이 수행평가 활동식 수업이 많아서 수업시간 수도 줄어들고 해서 진도를 끝까지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우리 도시의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다 마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귀댁의 자녀들과 이런 얘기 해보신적 있으시면 상황에 대한 공유 부탁드려요. 수행평가나 모둠활동도 주도하는 애가 독박을 써서 팀이 점수를 동일하게 받아가는 등 문제점도 많다던데.
잘 운영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환경이나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냥 강의식으로 진도 꽉꽉 채워 수업하면 좋겠네요. 애들 고등학생 돼서 안 힘들게요.
초등학교 교사로서 안타까웠습니다. 교육 현장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이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교육 개선은 분명 학생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죠. 우선 수행평가, 활동이 있는 수업이 많은 것은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바와 맥락이 일치합니다. 또 교육과정은 그러한 수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맨 아래 진도를 꽉꽉 채운 강의식 수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요. 학생의 입장에서 오랜 시간 강의식 수업만 듣는다면 그 수업을 학생이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의식 수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강의식 수업의 장점은 아주 많죠. 그런데 어른도 몇 시간 동안 연속으로 강의식 수업을 들으면 매우 힘듭니다. 또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교육 경험들은 강의식 수업으로 충족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한그릇 음식 만들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아이들이 한그릇 음식을 만드는 순서를 강의로 듣는 것보다 실제 음식을 만들어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활동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게 수행평가입니다. 기억에도 남지 않을 외우기를 해서 지필평가를 실시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평가 방법입니다. 수업 시간의 시수가 줄어든다고 비판을 하시는데요. 학교는 법정 시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수업 시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어른이 생각하는 소위 엉덩이를 딱 붙이고 하는 공부 시간이 줄어든다고 이해를 할 수 있고요. 교과서를 다 마치는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필요한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교과서를 얼마나 착실하게 공부했느냐가 그 과목의 성취기준을 달성했는지의 지표가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교사들은 교과서보다 더 좋은 자료가 있으면 과감하게 교과서로 진도를 나가지 않습니다. 모둠활동에서 발생하는 무임승차 문제나 독박 문제는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교사가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거나 활동이 있는 수업 자체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근거가 빈약합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로 초등교육에 대한 글을 씁니다. 지금 운영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실제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령, 활동이 있는 수업에서 무임승차나 독박 문제는 훌륭한 문제제기입니다. 그러한 주장을 할 때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거의 초등교육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초등교육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학교도, 교육과정도,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많은 것들이 변화했죠. 급진적이지는 않아도 점차 더 좋은 방향으로 초등교육이 변화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만드는 것은 교육과 관련된 많은 주체들입니다. 거기에는 학부모도 포함이 되어 있죠.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초등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변화를 모색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을 건설해주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