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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봉파파 Oct 28. 2019

평범하지만 평범할 수 없는 직업

초등학교 교사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도 그렇고 특히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더더욱 도덕성에 대한 성찰과 자성이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서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지를 살피는 습관을 더더욱 가지게 됐습니다. 어떤 교사는 높은 도덕적 요구가 부담스러워 자신의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라는 것을 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면 되게 올바르고 깨끗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담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도덕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사로서 늘 도덕성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다른 직업보다 훨씬 더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나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교사는 다방면으로 지식을 갖추어야합니다. 중등 교사는 하나의 전공과목을 깊게 공부합니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역사를, 물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물리학을 오랜 시간 공부해야하죠.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조금 다릅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전 과목을 모두 가르칠 수 있습니다. 1교시에는 국어, 2교시에는 수학, 3교시에는 사회, 4교시에는 과학을 가르치고 5교시에는 음악을, 6교시에는 미술을 수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체육과 영어 등 온갖 과목을 두루두루 섭렵해야하는 직업입니다. 물론 그 깊이가 중등 선생님들이 공부하는 것만큼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교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사람은 언제부터 이러한 훈련을 받을까요? 저는 교육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교육대학교의 수많은 학생들은 처음부터 훌륭한 도덕성과 다방면의 지식, 교사로서의 소양을 온전히 갖췄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교대에 입학하는 사람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 입학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대를 들어갈 때 교사로서의 인성이 갖추어져 있는지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어떠한 검사도 저는 받지 않았습니다. 다방면의 지식을 고루 갖추었는지에 대한 심층면접도 없었습니다. 교대에 입학하는 사람은 그냥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생입니다. 고등학교 때 관리했던 내신 점수와 열심히 긴장하며 풀었던 수능 점수를 가지고 똑같이 대학에 입학할 뿐입니다. 교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교대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교사가 될 준비를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교수님에게 높은 도덕성을 강요받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또 대학생 때 교사로서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독서와 공부를 그리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다닐 때 정말 열심히 놀았습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다음 날 수업을 못 들은 적도 있고요, 동아리 활동에 열을 올려 땡땡이를 치고 테니스를 치러 간 적도 많습니다. 초등 임용 고시를 치를 때 공부를 많이 하긴 했습니다. 그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졸업을 하고 백수가 된다는 압박이 심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공부한 것은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별 내용을 수록한 각론이 다입니다. 무언가 고고하고 품위 있는 인문학적 지성을 쌓는 공부는 아니었죠. 또 임용 고시에서 면접 고사가 있기는 하지만 5분의 면접으로 한 사람의 인성을 측정하여 교사를 시킬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도덕성과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교사는 언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초등교사의 도덕성과 소양이 실제 교사를 하면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고, 제 말과 행동에 생각보다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말조심해야겠다.” 아이들의 도덕적 기준이 어느 순간 담임교사인 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제가 어떤 학생을 지도할 때 말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요.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서 “X가지가 없네.”라고 학생을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던 다음 아이들의 입에서 'X가지'가 대유행을 했습니다. 아차 싶었죠.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그 말을 입에도 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책도 많이 읽지 않고 공부도 잘하긴 했지만 그렇게 가까이하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교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지더라고요. 때로는 논리적 모순에 막혀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교사가 되고 난 후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저는 믿지 않습니다. 자리는 사람을 보여줍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전 많은 예비 교사들, 그리고 현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교사가 뭐 대단한 직업인가요? 앞서 얘기했듯,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처럼 인성을 점검받거나 자질을 의심받는 과정은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하지만 교사는 도덕성과 자질을 늘 의심받는다는 생각으로 본인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우리를 지켜보는 건 순수한 아이들의 눈이니까요. 초등학교 교사라는 자리에 있다면 괜찮은 인성과 자질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중간에 사고를 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직업을 수행할 때 하늘이 부여한 소명감까지 느끼긴 힘들지라도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교사는 도를 닦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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