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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봉파파 Oct 29. 2019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것들

앞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교원양성기관과 진정한 초등교사로 거듭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교원양성기관에서 배우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학부모님들께서 자녀의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이 ‘이러한 공부를 했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교육대학교를 포함한 초등학교 교사 양성기관에서는 한 개인을 초등교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합니다.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주 독특한 교육과정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주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떤 공부를 했을까요? 또 그러한 공부가 초등교사로 성장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으며, 초등교사는 그간 배워온 것들을 교단에서 어떻게 풀어낼까요?


일단 교육대학교의 교육과정부터 살펴볼까 합니다. 교육대학교는 크게 교양교육과 교직교육을 교육과정의 큰 골자로 정했습니다. 교양교육은 철학, 사회학, 역사, 세계 문화, 글로벌 사회, 다문화, 젠더, 국어생활, 시사영어, 문학, 한자, 자연과학, 정보기술, 수학,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주로 1학년과 2학년 때 교양과목을 많이 이수합니다. 교직교육은 교육학과 교과의 이론적 배경과 각론을 주로 배우는데요. 초등교육의 원리, 특수아동의 이해, 교육철학, 교육사, 교육과정, 교직실무, 생활지도와 상담, 교육행정의 교육학 과목과 도덕, 국어, 사회, 수학, 체육, 음악, 미술, 실과, 영어, 통합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교과 과목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교직교육은 주로 3학년과 4학년 때 많이 이수합니다.

제가 1학년 때 학교에 거의 매일 운동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1학년 때는 실기 과목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미술과 체육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미술대학을 진학한 것도 아닌데 4B연필을 깎아 넓은 스케치북에 드로잉을 했습니다. 또 체육대학을 진학한 것도 아닌데 매트 위에서 앞구르기, 뒷구르기 등 온갖 체조를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고춤인데요. 저는 초등학생 이후 소고를 그 때 처음 들었습니다. 소고를 이용해서 다양한 창작 무용을 하는데요. 저를 포함한 남학생들이 너무 부끄러워하고 잘하지 못해서 교수님께서 꾸중을 하셨던 기억도 있습니다. 1학년 때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 과학입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주당 한 시간마다 있었습니다. 4개의 과목을 모두 이수해야 과학이라는 한 영역을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문과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에서 F학점을 맞아 재수강을 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려운 내용까지 공부해야하나 싶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오만했던 것 같습니다.

2학년 때부터 교양과목과 더불어 교직교육을 이수하게 됩니다. 그 때 처음으로 초등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심오하게 사고를 하게 됐죠. 대학을 졸업하고 실제로 초등학교 현장에 나가서 어떤 실무를 하게 될지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 깊이가 그렇게 깊지는 않았습니다. 교육학의 기본 개념과 각 교과의 이론적 배경 정도만 배웠으니까요. 

3학년은 흔히 사망년이라고 불립니다. 온갖 조모임 발표와 보고서 제출 과제가 정말 많았습니다. 3학년 때는 교직교육을 더 깊이 있게 이수합니다. 각 교과의 각론 내용도 모두 살펴보고 다양한 실험과 실습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3학년 때 초등 과학 각론을 공부하는데요.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은 이 때 한 번 씩 다 해봤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실과에 나오는 원예, 목공 등의 체험도 이 시기에 다 해보죠. 또 3학년은 그 다음 해에 임용고시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슬슬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4학년은 수업이 별로 없습니다. 4학년 때 배우는 과목들은 주로 교직에 나갔을 때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과 임용고시에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했는데요. 초등임용고시에는 2차 시험에 영어면접고사가 있습니다. 영어실습이라는 과목에서 직접 영어수업시연을 연습한 경험 때문에 다행히 임용고시에서도 영어면접고사를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학년은 수업은 별로 없지만 대체로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교육대학교에는 운동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이 많은데요. 대게 1학년과 4학년이 그런 복장을 자주 입고 다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 중에는 교육실습이 있습니다. 교육실습은 우리가 흔히 교생실습이라고도 말합니다. 대학생 신분이면서 교사 신분을 체험해 보는 거죠. 제가 다녔던 청주교육대학교는 1학년은 1주일, 2~3학년은 2주일, 4학년은 한 달 동안을 실습 기간으로 정했었습니다. 1~2학년 때는 주로 수업을 참관하는 게 주요 임무입니다. 현직에 계신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이죠. 2학년 때 처음으로 3개의 수업을 맡아서 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첫 수업을 했는데요. 그 때는 정말 떨렸습니다. 3~4학년 때는 실제로 수업을 해야 하는 시수가 많습니다. 특히 4학년 때는 거의 한 달 내내 수업을 해야 합니다. 1일 담임으로서 담임교사의 역할도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죠. 교육실습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지도를 받기 때문에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교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교육대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많은 것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사는 초등학교 교과를 다루지만 그 이상의 소양이 분명 있어야 합니다. 교육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양과목은 그러한 소양을 쌓는 데 저도 모르게 도움이 됐습니다. 교직교육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단 임용고시를 치르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이 됐고,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조금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업과 학급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습니다. 

물론 교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2019. 6. 20. 자 한국유아교육신문에 실린 기사(이인희 기자)의 제목은 “현직 초등교사 76%, 교대 교육과정 불만족”이었습니다. 예비교사나 현직교사 모두 교대 교육과정 운영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8명에 달했는데요. 이는 교육대학교가 실제 학교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초등교사가 가진 전문성이 교대 교육과정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아동과의 관계에서 전문성이 신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동이 없으면 초등학교 교사도 존재하지 않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볼 때 피부색이나 헤어스타일, 옷차림을 안다고 해서 교사로서 그 사람이 어떤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과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로부터 전문성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과 만날 때 발현이 될 수 있으며 학생과 만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만나는 학생이 다양할수록 더욱 신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교육대학교에서 배운 내용만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려면 잘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대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이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부터 배우는 게 훨씬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원양성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예비교사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죠? 


정리하자면 초등학교 교사는 예비교사 시절 교양과 교직실무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쌓는 공부를 합니다. 교육실습과 봉사활동,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 활동도 물론 교직실무에 대한 훈련이 될 수 있고요. 더 나아가 여타의 대학생들처럼 동아리활동이나 학생회 활동을 통해 한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몸소 배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이 교사 개인을 만듭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된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경험의 조각들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죠. 좋은 경험과 배움을 많이 해 본 교사일수록 아이들에게 훌륭한 배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교원양성기관에 대한 관심과 제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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