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교를 포함한 초등교원 양성 대학을 졸업하면 ‘초등 2급 정교사 자격증’이 발급됩니다. 이 자격증이 있어야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임용고시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초등 교사임용시험인데요.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시험에 합격을 해야 합니다. 물론,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못했어도 자격증이 있으면 교사를 할 수 있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이나 기간제 교원이 그런 경우입니다. 저도 임용고시에 합격을 해서 공립학교의 교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치렀던 임용고시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조금 풀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타 직업군이나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초등교원 임용고시를 매우 쉬운 시험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경쟁률이 다른 시험보다 그리 높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위의 자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유치원, 초등, 특수, 중등 임용고시의 경쟁률을 정리해놓은 표입니다. 유치원은 경쟁률이 9:1이 넘는 경우도 있고 중등은 10:1이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등은 경쟁률이 1.5:1을 평균으로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유치원, 특수, 중등 시험에 비해서 경쟁률이 매우 낮고,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위에 있는 또 다른 자료는 2019 초등 임용고시 지역별 경쟁률입니다. 초등 임용고시는 지역별로 원서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중복 지원은 불가능하죠. 초등 임용고시의 원서 접수 통계에서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은 도심 지역에 인원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어떤 지역으로 시험을 보면 특별한 전출이나 교환, 파견의 사유가 없는 이상 계속 그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 합니다.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이동을 고려하면 서울이나 세종, 제주도나 광역시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개인의 문화생활이나 편의를 고려해서도 도심 지역으로 지원이 몰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초등 임용고시에 대한 비판을 하는 논거는 이렇습니다. 먼저, 경쟁률이 터무니없게 낮으니 너무 편하게 교사가 된다는 지적입니다. 경쟁률만 놓고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 임용고시를 치르는 많은 예비교사들은 우선 대입이라는 경쟁을 한 번 치르고 선발된 집단입니다. 실제로 교육대학교를 포함한 초등교원양성기관이 입시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게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시험만 놓고 보면 경쟁률이 매우 낮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입을 통해 이미 한 번 높은 경쟁을 겪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특수목적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이유는 특수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입니다. 교육대학교의 특수목적은 초등교사 양성입니다. 그러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졸업생을 모두 초등교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히려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입학했지만 졸업하고 나니 백수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더 이상한 것 아닐까요? 교대는 정부의 초등학교 교원 수급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며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이게 바람직한 거죠. 경쟁률이 낮다는 이유로 초등 임용고시를 쉬운 시험으로 치부해버리거나 초등 교사를 비하하는 것은 저는 올바른 비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지역으로 지원이 몰리는 현상으로 초등 교사 집단을 비판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어떤 도심 지역은 남교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여교사가 몰리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시골의 학교와 학생을 외면하고 도시로 떠나는 이기적인 여교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비판도 목격했습니다. 저는 시골이 많은 도지역보다 광역시나 도심 지역에 교사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교사 자체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는 논거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선 글에서도 얘기한 바 있는데요. 교사가 직업적 소명과 사명을 가지고 일을 하면 정말 좋은 것이죠. 하지만 교사도 사람입니다. 개인의 삶이 중요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도시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판단한 교사는 당연히 도시에 지원을 해야죠. 그것이 교사로서의 책무와 사명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시골이 많은 도 지역일수록 교사의 지원이 떨어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숙고해 볼 주제이긴 하나 그것이 곧 교사집단이나 교사 개인이 비난받아 마땅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저도 임용고시를 치러봤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고등학생 때 이후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온갖 지식을 머릿속에 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죠. 같이 공부하는 학우들이 곧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힘든 한 해를 함께 버텨나가며 서로 도와주고 위로해주고 이끌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해서 같이 다니는 학우들보다 나이가 많았는데요. 가끔 공부를 하다가 흐트러지는 저를 보고 같이 공부를 했던 여학생 두 명이 “오빠! 정신 차려야죠!”하며 저를 혼내줬던 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경쟁률만 보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초등 임용고시 공부는 정말 힘듭니다. 시험 범위도 정말 많은데요,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의 모든 내용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해야 합니다. 또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 평가의 형태입니다. 때문에 정확하게 암기하는 것이 중요하고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의 상황에 맞는 서술을 하는 게 핵심입니다. 내용은 잘 아는데 글로 풀어쓰지 못하면 꽝이죠. 그 외에 논술고사, 면접고사, 영어수업시연 등을 준비해야하는데요. 1년이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수능처럼 중간 중간 모의고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공부를 잘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초등 임용고시가 우리 사회에 정말로 필요한 훌륭한 교사를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훌륭한 교사는 올바른 인성을 가지고 있고 학생들을 이해하는 품이 넓으며 다양한 지식에 대해 소양을 쌓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초등 임용고시는 그런 것들과는 하등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앞선 글에 진정한 교사로 거듭나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부터라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임용고시를 통해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다루는 교육학과 교육과정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분명 교사에게 필요한 것이죠. 저는 초등 임용고시가 국가고사로서의 권위를 더욱 가지기 위해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소양을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무원 시험이나 타 계열의 임용고시와는 다르게 그 특수성이 인정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