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흔들리며 피어나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두통이 머리를 짓누르듯 멍한 느낌을 주는 이 감각이 정말 싫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이름 모를 바이러스와 호흡기 질환들. 사람들은 종종 그저 지나가는 감기쯤으로 치부하지만, 이 녀석은 종종 예상치 못한 고통과 불편을 안기며 우리를 괴롭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중 하나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으며 모든 것을 멈춰 세운 거대한 그림자가 되었다. 도시의 불빛이 꺼지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강제로 벌어지던 그 시절, 우리는 이 소리 없는 침입자의 무게를 실감해야 했다. 이제는 그때만큼의 공포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매년 겨울이면 낯선 나그네처럼 찾아와 우리 곁을 맴돈다.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약국 앞은 진통제와 감기약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의 확산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고 한다. 조류 독감이 소와 사람에게 전염된 경우로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34명의 조류독감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이들은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이런 류의 공포 질병은 역사적으로 항상 주기적으로 등장했으며, 단지 몸의 고통뿐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공포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백신이 항상 구세주처럼 등장하지만 이 찝찝한 불쾌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혹독한 시절에도 우리는 매번 일어섰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돌보며 함께 이겨내고자 했다. 이 불청객은 비록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매년 조금씩 더 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상은 때로 나를 지켜줄 것처럼 손을 내밀지만, 그 손길이 언제나 따뜻하고 진실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기대야 한다.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를 아끼며, 내 삶의 주인으로서 흔들림 없이 서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나’를 지키는 것은 ‘나 자신’ 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올해도 이 나그네를 향해 다시 묻는다. ‘넌 언제쯤 떠날 거니?’ 라고 대답 없는 질문을 남긴 채, 겨울은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