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흔들리며 피어나다.
골프는 내게 담배와 닮아 있었다.
스스로 원해서 시작했다기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빠질 수 없어 붙잡은 습관 같았다.
처음 담배를 배웠을 때처럼, 목을 태우며 민망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골프도 다르지 않았다. 공보다 먼저, 내 마음과 시선을 의식하는 민망함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민망함과 체면 때문에 손에 쥐었던
그것을 끊어낸 것처럼,
골프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는
동반자가 아니라,
내 호흡으로 라운드를 이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여름의 어느 날,
땀으로 젖은 라운드에서 작은 성취가 찾아왔다.
91타.
내 인생 최고의 스코어였다.
사실 처음부터 내 목표가 거창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민폐 끼치지 않고 무난한 동반자,
딱 중간만 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정도면 비즈니스 골프에서도
체면을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의 91타는 내 마음을 바꿔놓았다.
“아, 나도 더 갈 수 있겠구나.”
단순히 평범함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80대 초반 스코어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언젠가는, 단순히 골퍼가 아니라 골프 생활체육지도사로 도전하여 가족과 함께 티칭 라운딩하는 길까지 꿈꾸게 되었다.
골프를 하면 할수록, 나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더 선명히 알게 된다.
OB도, 해저드도, 짧은 퍼팅도 모두 실패의 이름표다.
그러나 실패하는 법을 알게 되는 순간,
비로소 배움이 시작된다.
진정한 앎이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삶이 그렇듯, 골프 역시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경기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골프장에서 깨달은 이 진실은 회사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고,
그 과정에서 성장했고, 성취감을 얻었다.
얼마 전, 나는 우연히 본부장님과 라운드를
함께할 기회를 가졌다.
한여름의 쨍쨍한 햇볕은 모자챙을 뚫고
이마를 뜨겁게 달궜고,
습한 공기는 호흡마저 무겁게 만들었다.
눈부심 속에서 페어웨이는 아득히 흔들려 보였고,
땀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속에서 나는 금세 흔들렸다.
그러나 본부장님은 달랐다.
그 역시 실수를 했지만,
점수를 잃을 만큼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은 실패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했다.
환경은 우리를 시험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스코어가 아닌,
임원의 품격을 보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If you cannot handle the pressure, don’t be an entrepreneur. Go get a job!”
(“사업가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다른 일을 택하라.”)
라운드 위 본부장님의 모습은 이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압박과 실수를 견디는 힘,
그것이야말로 리더의 진짜 실력임을,
나는 그날 땀과 눈부심 속에서 똑똑히 배웠다.
골프는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고 흐름을 지켜내는 경기다.
삶도, 직장도 다르지 않다.
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 번의 탁월함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조직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균형과 태도다.
골프는 내게 담배 같은 민망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내 인생의 거울이 되었다.
실패를 인정하며, 흔들림 없는 태도를 배우며,
나는 조금씩 내가 되어간다.
그리고 언젠가, 80타의 기록을 넘어서는 날.
그 스코어는 기록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버텨낸 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