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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요 Feb 01. 2022

좋아하는 것들은 맨날 그러지.

눈은 싫은데 겨울은 좋은 것처럼. 반팔이 좋은데 여름은 싫은 것처럼.

눈이 싫다. 아무래도 싫다. 어린 날부터 좋아하지 않던 눈은 더더욱 싫어진다. 나는 자주 넘어지는데 눈이 녹고  바닥은 미끄럽고 축축하다. 더군다나 눈이 오면 앞이 보이지 않아서 싫다. 추운 것도 싫다. 그런데 겨울은 좋다. 귤이 좋고, 서늘한 공기가 좋다. 높아진 하늘이 좋고, 후드를 입을  있어서 좋다. 겨울 간식들이 좋다. 따뜻한 전기장판이 좋다. 포근한 이불이 좋다. 땀을 흘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후드만큼 반팔이 좋다. 반팔만 입을 수 있는 계절은 왜 한정적일까? 나는 추위도 잘 타고 더위는 더 잘 타서 이 나라에서 도무지 어떻게 옷을 입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여름이 싫다. 반팔만 입을 수 있는 계절임에도. 덥고 눅눅하고 녹아내리는 계절이 싫다. 장마는 더 싫다. 우산을 들고 다니고, 쓰고 다니기 싫다. 더우면 기운이 빠지는 몸도 싫고, 터질 것 같은 빨간 얼굴도 싫다. 땀냄새도 싫고 땀에 절어버린 나도 싫다. 하지만, 여름휴가가 좋다. 바다가 열린 계절이 싫고, 바다가 좋다.


좋아함은 어쩐지 누릴 수가 없고. 뭔갈 바꿀 수도 없어서 좋아하면서 미워한다.


맨날 이따구지. 왜 좋은 말만 할 수 없게 해? 왜 좋아하는 모습에 싫어하는 행동이 있어? 네가 좋아. 아냐, 네가 싫어. 사실 좋아. 나는 단호히 마침표를 찍어놓고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좋아하는 것들은 맨날 그러지. 겨울은 좋은데 눈은 싫어. 철없는 애처럼 굴고 눈발은 날리고 젖은 채로 다시 사랑을 얘기하고 입술을 삐죽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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