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한테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 아마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다들 “뭐 먹고살아???”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참 난감한 게 생각보다 먹을 게 많고 이러 이런 걸 먹어- 하고 얘기해주고 싶은데 그들은 이미 반쯤 ‘채식하면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해 버렸다는 것. 설령 말해도 ‘그게 정말 맛있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는 것.
섭취하지 않는 식품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대답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 초반엔 메뉴 선택의 폭이 넓고(당연히 처음이니까) 호기심과 요리에 대한 흥미 때문에 뭘 먹을지 선택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 한식을 좋아하지 않던 나는 험난한 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갈하고 삼삼한 맛의 각종 반찬들과 국, 찌개, 사찰음식 등등을 마주한 뒤 그 고민의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완전히 한식파가 되었다.
한국에서만 자라는 채소들과 각종 나물. 해외에 있었다면 아마 식재료 구하기부터 엄청난 난관이었을 모든 게 이곳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어떤 분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인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봤었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만세)
반찬에 고기가 꼭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한텐 아마 먹을 거 없는 텅 빈 식탁으로 보이겠지만 ‘모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청난 한식의 세계가 보인달까.
어느 날엔 동네 대형마트에 채식주의 코너가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구경 차 갔다. 채식 만두와 식물성 함박 스테이크, 햄버거 패티, 베지 너겟 등등 집에서 요리해먹기 번거로운 음식들이 들어와 있었고 이런 변화가 채식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는 사실에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구매가 두 번째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먹던 고기가 가끔 그리운 사람들한테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단 또 다른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제 어느 정도 집밥을 많이 만들어 먹다 보면 밥과 국, 각종 반찬이 스물스물 질릴 때가 온다. 먹어본 식재료의 비중이 점점 늘고 처음만큼 요리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데 이때 필요한 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 돌리기!
똑같은 재료로 조리법, 소스만 살짝씩 바꿔도 완전히 다른 음식이 만들어진다. 간단하게는 샌드위치부터 저 멀리 태국의 맛까지. 거창한 요리가 부담스럽다면 먹다 남은 김치볶음밥에 비건 치즈를 얹어 또띠야에 훅 말아 부리또를 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평소와 다른 음식을 먹다 보면 새로운 맛에 또다시 요리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가끔 하는 외식도 또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는데 비건 음식은 ‘맛이 없다’는 오해를 그저 오해로 남겨둘 수 있다. 가까이에 비건 식당, 아니 메뉴라도 조금 더 늘어나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졌으면 좋겠다.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요즘, 채식하면 먹을 게 없다는 생각에 지레 겁먹지 말고 그 시도가 예상을 빗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았으면-
결론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