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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Oct 08. 2019

외동아이, 외롭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외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할 때면 첫째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외동으로 자라면 더 외로울 테고, 사회생활에서도 부족한 면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첫째 혼자서 부모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았다. 부모가 더 편하자고 첫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둘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때로 ‘외동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괜한 불안감이 나를 덮쳤고, 첫째에 대한 죄책감이 불쑥불쑥 내 마음을 할퀴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기사 제목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외동아이, 외롭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주저하지 않고 기사 제목을 클릭했다. 짧지 않은 분량의 기사를 단숨에 읽어 내렸다. 한 글자 한 글자 놓칠세라 꼼꼼히 빠뜨리지 않고 읽었다. 기사를 읽는 동안, 나를 덮쳤던 불안함과 죄책감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비 갠 뒤의 하늘처럼 마음이 맑아졌다. 이 아름다운 기사를 쓴 기자를 찾아가 와락 안아주고 싶었다.

기사의 내용은 명쾌하다. 외동아이가 더 외롭다거나, 사회생활이 미숙하다는 생각은 모두 편견에 불과하며 수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렌 샌들러는 “가족 역학과 아동발달에서는 민간의 조언과 대중의 믿음이 고스란히 전문 지식의 원천이 되었다”며 “500건이 넘는 연구가 외동에 대한 편견이 모두 고정관념이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연구는 우리의 믿음에 맞지 않으면 무시되어버린다”라고 분석했다.


이미 5년 전에도 이런 기사가 나왔는데 외동아이에 대한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더글러스 다우니는 미국의 7~12학년 청소년을 표본으로 추출해 조사한 장기 연구 결과 자료를 분석해 “유치원생의 경우 외동인 아이와 외동이 아닌 아이를 가르는 차이가 있었지만 학령기를 지나는 동안 외동들이 친구들을 모으면서 그 차이가 사라진다”며 “형제가 있을 경우 수량화되는 이점이 있는지 추적해보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토니 팔보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외동아이와 형제가 있는 아이의 리더십, 성숙도, 사회성, 유연성, 안정성 등 16가지 속성을 분석한 결과 둘 간의 점수에 차이가 없었고 성취동기와 자존감에서는 외동이 점수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형제의 수가 아이의 삶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형제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사교적인 것도 아니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의지할 버팀목이 많은 것도 아니다. 기사에는 형제 관계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아이를 하나만 낳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도 실렸다.

오히려 아이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양육 방식과 태도다. 형제를 서로 비교하고 평가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부모는 자녀를 형제라는 ‘지옥’에 가두는 일이다. 지옥 같은 형제관계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서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리 없다.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외동의 장점으로 ‘비교와 경쟁의 고통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꼽는다. 오롯이 외동아이에게 부어지는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 주변만 봐도 요즘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는 가정이 많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도 결혼한 가정은 모두 외동아이를 키운다. 실제 통계청의 2018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일반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2.44명으로 3명이 채 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은 1인 가구(29.3%)이며 2인 가구는 27.3%, 3인 가구 21.0%, 4인 가구 17.0% 로 나타났다. 더 이상 4인 이상 가구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젊은 부부들이 외동아이를 선택할 텐데, 그들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하나든 둘이든 자녀의 수가 자녀의 삶을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책임감은 더 무겁게 가져야 하겠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외동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인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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