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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진짜 과잉보호해야 할 곳은

가상세계에서 자녀를 방임하는 부모

엘리베이터만 타면 내 뒤에 숨어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던 극 내향 아들이 축구 마니아가 되면서 인싸가 되었는지 한 번 놀러 나가면 집에 잘 안 들어온다. 저녁 6시 즈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귀가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하는 아들 녀석이 분명하다. 가끔 안면도 없는 친구집에서 자게 해달라고 조르는데 민망하기 짝이 없다. 축구로 하나 되는 한국 초등 남자아이들의 특성 때문인지 전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운동장과 놀이터를 오가며 바쁘다.


원인은 학원이다. 4학년인데 동네 축구 클럽 외에 아직 학원을 안 다닌다. 하교하자마자 운동장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친구들이 학원시간에 따라 교체되면서 계속 노니 인싸가 될 수밖에 없다. 가끔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어 매일 사자성어 1개, 수학문제 2개 풀라고 최소한의 과제를 주는데 최근엔 바빠서 그마저도 잘 확인 못하고 있다. 누가 보면 아이를 방임한다고도 생각할 것 같다.


바쁜 엄마라 방임 비슷한 양육을 하지만 철저하게 과잉보호를 하는 영역이 있다. 게임과 스마트폰으로부터는 아이를 철저하게 보호한다. 몇 년 전 게임을 좀 해보더니  "엄마, 게임을 안 하고 있는데도 게임 생각이 계속 나서 무서워요."라고 하길래 바로 지워버렸다. 뭘 한 가지 하면 심하게 몰두하는 아이의 특성이 게임에도 나타나는 건지, 게임을 안 하는데도 도파민이 분비되는가 보다. 전학생 전화번호를 하도 가르쳐달라는 친구들 성화에 올 4월에 최신폰으로 하나 사주긴 했으나 서랍 속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며 가끔 울어댄다. 


아이가 나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축구하다 다리를 접질리지는 않을지, 자전거 타다 접촉사고라도 나는 것은 아닌지 순식간에 불안이 몰려오기도 한다. 불안을 다스리며 조금만 기다리면 아이는 땀에 젖은 모습으로 얼굴이 벌게서 들어온다. 아직은 정형외과 신세는 안 지어봤지만, 저렇게 놀다 보면 신세 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미리 마음을 다스려본다.


부모가 자녀를 정말 과잉보호하고 관찰해야 할 곳은 가상공간이다. 그곳에는 온갖 위험한 사람, 불법 행위, 성적인 콘텐츠,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다.  아이들은 가상공간 어딘가에서 반드시 걸려 넘어진다. 아이의 뇌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도파민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스타벅스에서도 안경 쓴 꼬마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도파민 분비로 흥분했는지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다 흠칫 놀라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다시 우아하게 커피잔을 든다. 아이가  내 눈앞에서 스마트폰 보고 있으니 다칠 걱정 없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아이의 다리는 부러지지 않겠지만, 정신이 부러질지도 모른다. 아니 거의 그렇다.


미국에서는 Over-protecting in real world  vs. Under-protecting in virtual world에 대한 토론이 많다(Jonathan Haidt, The Anxious Generation). 현실에서는 자녀를 너무 과잉보호하는 나머지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며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기 관리 역량을 기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가상세계에서는 너무 방치하여 아이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Over protecting in real world vs. Uner-protecting in online world (image created by ChatGPT 4o)


미국의 경우 성인이 감독하지 않은 상황에서 12세~14세 이하(주마다 기준은 다름)의 아동을 홀로 두는 경우 아동 방임(Child Neglect)이라는 개념으로 범법으로 간주하다. 우리나라도 아동복지법 제17조 6항에서  

6.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법률은 이제 온라인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 미래는 물리 세계보다는 가상세계가 더 팽창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걸음마도 가르치고, 횡단보도에서 손들고 걷기도 가르쳐야 한다. 어디에 가면 자신이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어디로 가면 위험에 처하는지 알려야 한다. 성인이 되어 면허를 따고 스스로 안전 운전할 때까지는 철저하게 과잉으로 보호해야 한다.


어린 자녀가 디지털 기기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반드시 옆에서 같이 하자. 운동장에서 뛰 노는 아이 따라다니는 것보다는 쉽지 않나? 가상공간에서 10차선 도로를 무단횡단 하려는 아이를 혼자 두면 안된다. 손잡고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가 부주의하게 남긴 디지털 발자국은 우리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범지역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는 말리자. 과잉보호는 이 때 해야 한다. 대신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으로 인도해야 한다. 물론 자녀의 인도자가 되려면 부모가 먼저 그 길을 가봐야 할 것 이다. 



Cover image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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