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in Jan 04. 2019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부족한 모습도, 약점도 모두 끌어안는 방법을 배웠다


부질없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가끔은 노트에, 또 어떤 날은 엑셀 파일까지 열어서 독일에서 얻은 것 / 잃은 것을 적어 내리곤 했었다. 조금 더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자 했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정해진 틀에 맞추어 20년 이상을 살아왔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독일생활 중에도 불완전한 공상과 말도 안 되는 가정법들을 꺼내 들곤 했다.


어떤 것들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독일에 갔던 것을 후회할 만큼 어떤 것들은 완전히 잃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한 셈 법으로 플러스 마이너스를 늘어놓은 후에 내린 결론은 언제나 플러스였다. 


언어를 얻고 새로운 경험과 경력을 쌓았고 여행을 많이 했으며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 숫자로 증명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전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더 성숙해졌고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변화가 모두 독일생활 때문이겠냐만은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했던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음을 안다.


독일에서 머물던 6년 동안 써내려간 새해계획 중 언제나 가장 큰 미션은 'Better version of me' 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전 해보다 아주 조금이라 할지라도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되었다.



가장 많이 성장했다 느끼는 부분은 약점과 단점을 포함한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도 끌어안게 된 점이다.



작은 일이라도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려고 무리했던 적이 많았다.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더라도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는 잘 외출하지 않았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 내가 못하는 일이 남들에게 보일까 봐 초조해질 때도 있었다.

겁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부분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었다.

무리해서라도 혼자서 다 해낼 수 있다고,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어려워했었다.



부족한 부분을 남들에게 보이는 게 정말 싫었다.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은 꿈도 꾸기 싫었고, 내 손을 거쳐가는 일은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와 함께 일했던 직속 상사나 그보다 한참 높은 매니저도 본인이 모르는 부분, 부족한 부분,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F**k up session이라고 해서, 회사에서 본인이 실패했던 실패담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사적인 실수담부터 회사에서 겪은 좋지 않은 일까지. 회사 밖에서 만난 친구들은 생각보다 훨씬 솔직했다.

'키가 작아서, 뚱뚱해서 ~한 스타일의 옷은 못 입는다'라는 건 없었다. 약점이 될 만한 부분도 드러냈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표현했다.

완벽하지 않은 팀 과제에 불만을 표출하던 나에게, '어떤 일들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라고 가장 친한 친구가 말해줬다.



물론 독일에도 어느 정도 본인을 꾸며내고 남에게 잘 보이려 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요한 공식 석상에서 부족한 부분을 내 보이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지나칠 정도로 본인에 대해 솔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지 않을까 싶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남들에게 내비치더라도 크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약점과 단점을 보여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를 깎아내리거나 내게서 멀어질까 봐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예전의 나는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고, 어찌 보면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나 자신을 채찍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에게 어떤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나란 사람에게 큰 흠집이 되지 않고, 그 작은 흠 때문에 나에게서 멀어질 것 같은 사람은 애초에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맞다는 사실을.


불안하고 부족한 시간들이 찾아오면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자책하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까지 내 일부이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시간에 그 모습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자신의 어려운 점이나 약점을 드러내면, 그 모습을 평가하기 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내가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맥주를 마시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