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이 작아서 사흘 돌아다니고 나니 계속 간 데 또 가고, 간 데 또 가고, 뱅뱅 돌고 있다. 오늘은 빨래해서 널고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원초적으로 살고 있다. 먹고 나면 뒹굴뒹굴하며 다음에 뭐 먹을까 궁리하다가, 때 되면 또 먹으러 나간다. 그마저도 귀찮아서 가까운 곳에서 먹기로 하고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니 어제는 못 보았던 식당들이 눈에 띈다. 숙소 바로 뒤쪽에 있는 식당에서 화이트 로즈와 베지테리안 누들을 시켰다. 식당에 들어가려니까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서양인이 여기 맛있다고 하기에, 뭐가 맛있었나 물어보니 베지테리안 누들을 추천해 주었다. 화이트 로즈는 호이안에서 유명하다고 주인이 추천하길래 먹어봤는데 , 뭐 맛은 그저 그렇고 아마도 이름이 유명세에 한 몫을 하지 않나 싶다. 국수는 꽤 맛있다. 위에 얹은 두부가 참 맛있다. 젊은 부부가 하는 식당인데, 안쪽은 살림집으로 두 아들과 어머니가 안쪽에 있다.
다 먹고 나니까 베트남 tea를 마시겠냐고 묻더니 향기로운 차를 가져다주면서 어머니가 주라고 했다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가 좀 힘든데, 여자 주인이 영어를 꽤 한다. 마침 아들 둘이 싸우니까 아들 둘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며, 어머니가 80세라는 둥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 여행은 계속 밥을 사 먹으려니 좀 질린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탈도 한 번씩 나고, 어디서 무얼 먹을지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밥에다 반찬을 먹고 싶은데, 이상하게 여기서 그렇게 파는 집을 잘 볼 수가 없다. 어제 낮에 봐 둔 집을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다. 전에 캄보디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데선 밥에 반찬 주는 집을 애용했었는데.
낮에 갔던 집이 괜찮았어서 저녁에도 가기로 했다. 낮에 봐 두었던 메뉴가 있었다. Vietnamese rice라고 밥과 돼지고기, 새우, 야채가 반찬으로 나온다고 했다.
여자는 없고 남자에게 주문했더니, 우리가 그걸 달라고 하자 잠깐 생각하더니 알았다고 했다. 완탕 수프도 하나 시켰다. 음식이 나왔는데 사진과 달리, 접시 하나에 밥을 담고 위에 새우, 오징어, 야채 등이 얹혀있다. 짜지도 않고 소스도 맛있고 특히나 밥이 맛있게 잘 되어서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완탕 수프는 별로지만 국물이 맛있다.
메뉴에 있던 사진.
실제로 나온 음식.
베트남 밥을 7만 동으로 계산해서 돈을 주었는데, 아니라고 이건 5만 동이라고 하며 돈을 돌려준다. 이제껏 속이려고 하는 사람만 보았는데, 받은 돈을 돌려주는 사람도 있구나. 기분이 좋다. 그냥 받아도 그만 일 텐데. 내 생각으로는 메뉴사진의 7만 동짜리는 한정식이고, 우리가 먹은 건 백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떠나기 전 다시 한번 야경을 보자고 올드타운을 한 바퀴 돌고 들어가기로 했다. 가다가 여기 와서 처음으로 표사라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에 올드타운 입장료에 대해서 말들이 많길래, 처음에 올 때 우리는 닷새나 있을 거니까 표를 사자고 했었다. 사기로 작정하고 아무 데로나 다녔는데 한 번도 표 사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하루밖에 안 남고 더 이상 올드타운에 올 일도 없는데 표를 살 수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모든 길목을 막고 들어가는 사람 모두에게 표를 사라는 것도 아니고, 어느 서양아저씨가 항의하니까 저쪽으로 돌아가라고 얘기한다. 한 사람 붙잡고 실랑이하는 동안 그 옆으로 수십 명이 그냥 들어가고 있다. 아니면 한 블록만 돌아가거나 골목으로 가면 표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데 누가 표를 사겠는가.
전 번 숙소 골목입구에 있던 고가. 무료라고해서 들어가 보려고했더니 문닫는 시간이라고 해서 입구에서 들여다보기만 했다.
멋있는 외관에 뭐하는 곳인가 했는데 이발소였다.
호이안의 보름달
목요일이었나 보름 전날은 전설의 밤이라고 해서 전등은 다 끄고 등불만 켠다고 하길래 , 때맞춰 온 것이 신나서 기대를 안고 구경 갔는데 오히려 전 날보다 덜 예뻤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우린 표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환전한 돈이 다 떨어졌다. 딱 하루 쓸 돈이 모자란다. 원래 더 환전해야 하는데, 탈이 나서 그동안 거의 안 먹고 다닌 덕분에 본의 아니게 짠내 투어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비 오고 추워서 다니지도 않고 음료도 안 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