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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할머니 Jan 21. 2019

어쩌다 미니멀 라이프 - 전자레인지로 밥하기

내 부엌에서 전기밥솥을 치울 수 있을까

태국 파타야에서 한 달 살기 중이다. 조그만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간 빌렸는데, 주방이라는 것이 차나 끓여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찻잔도 없고 맥주잔 두 개뿐이다.  

호스트에게 요청해서 전자레인지를 도착 다음날 받았다.  전자레인지에 밥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지만 제대로 될지는 회의적이었다. 아쉬운 대로 봐 줄만 할 정도겠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아쉽다. 먹을 만할지 시도는 해 보아야 했다. 열심히 인터넷에서 전자레인지로 밥하는 법을 검색했다.


첫 번째로 시도한 방법은 작은 그릇에 뚜껑을 덮고 하는 방법인데, 밥물이 넘쳐서 밑에 큰 접시를 깔고 해야 한다. 매일 이렇게 넘치는 밥물을 닦아야 한다니 , 게다가 결정적으로 아무리 물을 더 붓고 더 돌려도 도무지 뜸이 들지를 않는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또 다른 방법이 없나 찾아보니, 뚜껑을 덮지 않고 하는 방법이 있다. 대신 밥물이 넘치지 않도록 큰 보울 같은 그릇이 필요하다. 마침 쌀이나 야채를 씻을 큰 그릇이 필요한데 잘되었다 싶어 보울을 사 왔다. 이 방법은 제법 밥이 잘 되었다. 처음엔 너무 질게 되더니,  몇 번 해보니 밥솥에 한 것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밥맛도 좋고 뜸도 잘 들었다. 그 블로그에서 본 방법에 나만의 노하우를 더해서 전자레인지로 맛있게 밥하는 법을 설명해 보겠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되는 재질의 적당한 크기의 플라스틱 보울만 있으면 된다. 내 경우는 마트에서 똑같은 모델의 전자레인지에 보울을 넣어 보고 샀다. 전자레인지가 작아서 혹시 보울이 안 들어갈까 봐 ㅡ그런데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되는지는 깜박하고 체크하지 못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다행히 넣어도 된다는 표시가 있었다.


우선 쌀을 씻어서 불리지 않고 바로 조리한다.
씻은 쌀 1컵 (ㅡ작은 커피잔으로 계량했는데 아마 종이컵 한 컵 정도 될 것 같다. )을 보울에 담고 물 2컵을 준비한다.  쌀에 준비한 물 중 1컵 반 만 붓고 뚜껑 없이 7분을 돌린다. 꺼내면 이런 상태가 된다.


물이 거의 없어지고 가장자리에만 물기가 좀 있다.


전체적으로 한 번 섞어준다

섞어서 위를 판판하게 만든다.

여기에 나머지 물 반 컵을 붓고 5분 간 돌려준다.

남은 물 반 컵을 마저 부은 상태.
5분간 돌린 후의 상태. 냄비밥 할 때 뜸 들이기 직전 처럼구멍이 뽕뽕 나 있다.

이제 뜸만 들이면 된다. 일단 한 번 섞어준 후에,

보울에 랩을 씌울 수 있으면 씌운다.  김이 빠질 수 있는  구멍을 몇 개 뚫어 주거나 가장자리를 빠꼼히 열어 주거나 한다.
내 경우는 보울에 랩이 붙지 않아서 작은 그릇에 밥을 옮겨 담고 랩을 씌웠다.

그렇게 해서 3분을 돌려준 후에 , 바로 꺼내지 않고 1분쯤 내버려 두었다가 다시 1분을 돌려주었다.


이렇게 하면 밥이 고슬고슬하게 아주 맛있게 된다. 내가 이 방법을 배운 블로그에서는 처음부터 밥물을 2 컵을 다 붓고 했는데, 그렇게 해보니  나는 밥이 좀 질게 되었다. 우린 진 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방법을 조금 바꿔 보았더니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쌀의 양에 따라 물의 양은 2배 면 되지만, 쌀의 양이 많아지면 , 시간은  밥의 되어가는 상태를 보아가며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꼭 주의해야 할 것은 매 번 꺼낼 때마다 뜨거운 김을 조심해야 한다. 뚜껑을 안 덮으니 전자레인지 문을 열면 뜨거운 김이 나온다.


이렇게 한 밥에 조금도 불만이 없어서, 집에 돌아간 후에도 전자레인지에 밥을 해 먹을까 생각 중이다. 나는 평소에  경우에 따라 세 개의 밥솥을 번갈아 사용한다.

우선 아주 조그마한 가마솥이 있어서 가스불에 올려 밥을 하면 밥맛이 그만이다.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할 때는 작은 압력밥솥을 쓴다. 전기밥솥은 보온기능은 전혀 사용치 않고,  예약기능이 필요할 경우나 초밥을 할 때만 쓰기 때문에 부엌에 버티고 있는 게 항상 부담스러웠다. 있는 걸 버리기도 뭣하고 해서 가끔씩 쓰던 건데, 전자레인지로 쌀 불리는 시간도 필요 없이 17분 만에 고슬고슬한 맛난 밥이 되니 더 이상 덩치 큰 전기밥솥이 필요 없을 듯하다.


솔직히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한다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던 게 사실이다.  밥하는 데 성공하고 나니, 슬슬 다른 음식도 전자레인지로 할 수 있을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더니,  나이 60 이 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과연  집에 돌아가면 전기밥솥을 내 부엌에서 퇴출시킬 수 있을까?

전기밥솥아!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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