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로 여행 가기 3,4

2018. 12. 14~15 다낭 ㅡ후에

by 시골할머니

남편이 새벽에 와이파이가 좀 잘 되어서 기차표 예매를 다시 시도했는데 마지막 카드 인증 절차에서 또 실패해서, 할 수 없이 역에 가서 사기로 하고, 표 살 때 해야 할 말을 번역 앱에서 캡처하고, 표 예매하려던 베트남 철도청 사이트 화면도 캡처해서 준비했다.

호텔 조식은 호텔 규모에 비해서 제법 괜찮다. 큰 호텔에 비해서 뷔페 규모는 작지만, 즉석에서 주문받아 조리해 주는 국수도 있고, 달걀도 어떤 식으로 조리해줄지 물어서 금방 만들어 주는 등 성의 있고 맛도 있고 깔끔하다. 특히 족발이 쫄깃하 고 맛있다며 남편이 더 가져다 먹었다.

다낭 버스 앱에서 찾은 대로 12번 버스를 타니 한 번에 역으로 간다. 다낭 시내가 워낙 작아서 생각보다 금방 역에 도착했다. 역을 바라보고 왼쪽에 매표 빌딩이 따로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니 금방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려와 달리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고, 캡처해 간 화면을 보여주니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표를 살 수 있었다. 다만 홈페이지에서는 60세 이상 경로 할인이 되었었는데, 안되냐고 물으니 베트남 국민만 된다고 한다. 남편은 아쉬워했지만 사실 금액으로 보면 500원도 안 되는 돈이다. 화폐 단위 가 크니까 큰 손해나 본듯한 느낌이다.
한 사람이 10만 3천 동인데, 경로 할인하면 8만 8천 동이니 몇만 원 차이 나는 것 같지만, 10만 3천 동 이라야 5천 원 남짓한 돈이다.

성공적으로 기차표를 구입하고 , 이제 미케 비치를 즐길 일만 남았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12번을 타고 종점까지 갔다. 종점이 다낭 해변의 북쪽 끝이다.


비구름 사이로 멀리 해수관음상이 보인다.


중간에 버스가 들른 버스사무실같은 곳에서 탄 아저씨.관계자인 것도 같은데, 이렇게 버스 안에 곱게 신발을 벗어놓고 종점까지 타고 갔다.


우선 가까운 시장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비가 마구 쏟아진다. 어제 우산 하나가 망가져서 시장에서 우산을 하나 구입했다. 시장은 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시장 입구에서 국수를 사 먹으려고 했는데, 시장 안에서 역시나 설쳐대는 쥐떼를 발견한 데다 아침을 많이 먹어서인지 배가 안고파서 , 망고만 사 가지고 나왔다. 변두리 시장이라 망고 값도 더 싸다. 1킬로에 25000 동을 주었다.


해변으로 나와서 신을 벗어 들고 백사장을 걷다가 인도로 올라왔다 하며 걸었다. 날씨만 좋으면 얼마 든지 놀며 걸어올 수 있는 거리인데, 비가 오다 바람이 불다 하니 좀 힘들었다.


길게 뻗은 해변


유명한 광주리배


파도가 센데 그물로 고기잡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성난 미케비치


날씨가 안좋으니 썰렁한 분위기




내일은 후에로 이동해야 하니 오늘 다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미꽝을 먹어보기로 하고 유명한 미꽝 집을 찾아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부수리 중이다. 좀 더 걷다가 미꽝 간판이 걸린 식당에 들어갔다. 잘 몰라서 대표 메뉴를 시켰더니, 아마 위에 올리는 고기 종류를 전부 다 올려 주는 건가 보다. 양이 너무 많다. 개구리 고기도 들어있다. 좀 징그 러워도 맛이 어떤가 먹어 보았는데 , 별 맛이 없다. 한 입 먹고 남편 그릇에 놓아주었다. 전체적으로 느끼하다. 다시 또 먹을 것 같진 않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 집도 꽤 유명한 듯하다.

늦은 점심으로 양이 많은 국수를 먹었더니 저녁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굶기는 섭섭해서 비가 오는 데도 밖으로 나왔다. 어제 봐 둔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한 조각 샀다. 여기 물가로는 꽤 비싸다. 레드벨벳 케이크 한 조각에 무려 69,000 동 이다. 어제 점심 먹은 식당에서 볶음밥을 하나만 시켜서 둘이 나눠 먹었다.


비가 점점 더 거세게 내려서 좀 그치길 기다렸다 돌아왔는데, 우산을 써도 몸이 다 젖을 정도였다. 비를 맞고 좀 추웠는지 , 생각 없는데 저녁을 먹어서 그랬는지 둘 다 탈이 나고 말았다. 이제까지 여행 중에 약을 챙겨 먹어야 할 만큼 아픈 적이 없었는데 방심했나 보다. 남편은 체한 것 같다며 밤새 불편해하더니, 그렇게 잘 먹는 사람이 아침밥을 못 먹는다. 공짜 식사인데..... 나도 덩달아 식욕이 없어서 커피와 과일만 조금 먹었다.


11시까지 누워서 쉬다가 후에 가는 기차를 타러 나왔다. 역 앞에 김밥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집이 있길래, 그래도 한식이 속이 편치 않을까 해서 김밥을 두 줄 포장했다.


기차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계속 비가 오니 습하기 도 하고, 그다지 깔끔하지 않은 기차 내부가 별로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다낭에서 후에로 갈 때 오른쪽에 앉아야 바다경치가 좋다고 해서 기차 진행방향을 확인하고 신경 써서 좌석을 골랐는데, 차가 움직이기 시작 하자 우린 깜짝 놀랐다. 분명히 역에 들어올 때와 반대방향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아마 역에서 방향을 바꾸려나 보다 했는데 그대로 끝까지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분명 다낭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도 아니고 침대칸에 사람들이 타고 있는 것도 보았는데, 그 사람들이 도로 돌아가는 것도 아닐 테고, 왜 기차가 왔던 방향으로 도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바다 쪽 자리가 아닌 데다가 , 심지어 졸지에 우리 자리는 역방향이 되었다.


다낭역 플랫폼에 있는 가게들.




기차 안에서부터 나는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혹 기차 안에서 먹을까 하고 싸왔던 김밥은 둘 다 식욕이 없어서 꺼내보지도 않았고, 오전에는 안 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기차는 속도가 무지하게 느리다. 다낭에서 후에 갈 때는 경치가 좋으니 꼭 기차를 타라고들 하던데, 기차 내부가 별로 쾌적하지 않고, 날씨가 안 좋으니 경치도 별로였다.


도착 예정시간이 30분 남았는데 구글 지도상으로는 반 밖에 안 왔다. 조금씩 불안해진다. 100킬로가 안 되는 거리를 3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 구글이 현재 위치를 잘 못 잡고 있는 건지 어리둥절했다. 산지에서 평지로 나와서 그런지 기차가 속도를 좀 내는 듯하더니 , 예정보다 30분밖에 안 늦고 후에 역에 도착했다. 비가 심하게 오면 택시를 타야 하나 걱정하며 내렸다. 후에 역은 내리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오게 되는 , 간이역 같은 작은 규모다. 비는 여전히 오고 있지만 심하지 않아서 , 택시기사들의 호객을 단호히 물리치고 20분 거리인 호텔까지 걸어간다. 도중에 천막을 치고 모여있는 청소년들을 보았는데, 아마 저녁에 있을 축구경기를 응원하려고 모인 것 같았다. 국기와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에 거리에는 커피숍이 눈에 많이 띈다. 그 규모도 대형인데, 대부분 문이나 창문 없이 툭 트여있고, 의자는 딱딱하고 등받이도 없는 작은 의자인 것이 특이하다. 문이 없으니 당연히 에어컨도 없을 터이다.


구글맵 덕에 헤매지 않고 쉽게 호텔을 찾았다.


4박에 55000원 인 호텔. 새로 지어서 깨끗하고, 매일 아침 아래층 카페에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도 한 잔씩 준다.


4박 한다고 그랬는지 방도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목이 많이 붓고 두통도 시작되었는데 다행히 열은 없다.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김밥을 조금 먹었다. 식욕이 없는 탓이 아니고 정말 이렇게 맛없는 김밥 은 처음 먹어본다. 밥은 거의 죽 수준이고 속재료도 쪼끔 들은 것이 아무 맛도 없다. 아무 재료나 넣고 대충 싸도 맛있는 게 김밥인데, 참 재주도 좋다.


손자 율에게서 영상통화가 왔다. 밖에 비가 오는 걸 보여달라, 오토바이를 보여달라 요구사항이 많다. 끝날 때 뽀뽀하라고 하니까 , 이건 가짜 뽀뽀라고 하면서도 화면에 입술을 내민다. 가짜라는 개념을 배웠나 보다.




오래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약을 먹고 일찍 누웠는데 밖에서 축구경기 응원 함성이 시끄 럽다. 베트남이 이겼는지 밤늦게까지 소리 지르고 빵빵거리고 , '박항서 박항서" 외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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