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요정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의 행복 비결, 숲이 주는 위안

by moka

핀란드 헬싱키의 숙소는 도심을 살짝 벗어나 숲에 둘러싸인 교외 지역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로 가는 작은 숲을 처음 지날 때에는 인적이 너무 드물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곧 나는 그 작은 숲 덕분에 그곳이 내가 머물렀던 숙소들 중 가장 마음에 들게 되었다.


북유럽은 다 자연경관이 뛰어나다지만, 핀란드의 자연은 노르웨이의 피요르드와는 또 다른 정취가 있었다. 핀란드는 주요 수출 자원이 목재로, 그야말로 숲의 나라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녹색의 푸르름이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우리 아파트에는 사람들이 산책할 수 있는 작은 산책로 정도는 있어도 정취를 느낄만한 숲은 없었다. 근처에는 공원이라고 할 만한 곳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데다가 자꾸만 나무들을 자르고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는 바람에 있던 나무도 보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가끔 도시에 살면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헬싱키의 숙소에는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숲이 주는 위안이 있었다. 물론 거기가 완전히 도심이 아니기 때문에 도심으로 가면 ‘숲’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핀란드인의 생활 속에 숲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은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에 간 일본인 주인공들이, 핀란드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니, 한 핀란드 사람이 그들은 ‘숲’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와 닿지 않았다. 당시 나는 대학생으로 건물이 빽빽한 도심이 아니라 학교 캠퍼스와 공원, 나지막한 건물들이 많은 곳을 주로 다녔기 때문이다. 숲의 진정한 가치를 마음 깊이 느끼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빽빽한 빌딩 사이의 건조한 사무실에 하루 종일 햇빛 볼 일 없이 들어앉은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핀란드에 가서 숙소 앞의 작은 숲을 거닐 때마다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피톤치드 효과란 이런 것일까? 그저 그곳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전원생활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정원을 가꾸고 자연 가까이에 살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핀란드에서는 숲을 가는 것이 관광 가이드에 포함이 될 정도로 숲을 하나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핀란드의 숲을 보고 ‘녹색 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굳이 핀란드뿐만이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은 상당히 자연친화적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숲에서 하는 야외활동을 매우 즐긴다. 이들에게 자연에서의 야외활동은 모험보다는 자연과의 연결 혹은 높은 차원의 치료로 여겨진다.


나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주말엔 숲으로'라는 책을 참 좋아한다. 주인공 하야카와가 어느 날 도시생활을 접고 숲으로 가자, 친구인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마다 친구를 찾아 놀러 온다. 그리고 그들은 숲에서 쉬면서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여유를 찾는다.


가끔 예민해져서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소한 것에도 화가 금방 난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랑 부딪힐 때 더욱 그렇다. 나 자신이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기분이 든다. 거기다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 사이의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노라면 갑자기 숨이 막히고 답답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들어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진다.


그럴 때 종종 숲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막연하게 숲 생각이 날 때, 산이나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사찰을 즐겨 찾는다. 사찰은 도심 속 작은 숲 같기 때문이다. 숲은 조용하지만 그 안에 온갖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동감이 있다. 숲에 가서 걷고 있노라면 그 속의 일부가 되고, 숲이 그 일부로써의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매우 평화로운 기분이 들게 해 준다.


북유럽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는 숲이 많아서 삼림욕 같이 숲을 거니는 것을 자주 하곤 한다. 숲에서 하는 삼림욕은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주고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들 나라에 비해 비교적 숲이 적은 덴마크는 인근의 공원을 조성해서 숲을 대체하는 효과를 만든다고 한다.


한국에는 산은 많은데 도시에 살면서 숲에 가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숲이라면 아파트 숲에 살면서 아파트가 재건축되는 광경을 볼 때마다 그곳의 오래된 나무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아파트 숲’이라는 책에서는 대단한 숲은 아니더라도 아파트 부지의 작은 숲들이 그렇게 하나둘씩 사라진다고 한다. 다시 그만큼 우거지려면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직도 개발 때문에 몇 백 년 된 오래된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2020년이 되면 공원도 줄어든다는데 안 그래도 부족한 공원이 더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사람들이 요정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200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2%가 요정의 존재를 믿고 있었으며 2013년에 고속도로를 공사할 때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용암의 친구들'이 도로건설이 환경과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요정들의 보금자리를 해친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황당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믿음이 그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는 데 한 몫했다는 생각도 든다.


커다란 숲을 당장 조성하는 것은 어렵다. 파괴되지 않도록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도 개발을 위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데 언젠가는 우리가 사는 초록별 지구가 온통 사막으로 뒤덮일 것 같아 무섭다.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것이 과연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보다는 너무나 가치 있는 것이기에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도 자연도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우리 옆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곧잘 그 가치를 잊고 잃어버리곤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헬싱키 에어비앤비 숙소로 가는 길, 여기를 거닐 때가 헬싱키에서 가장 기분 좋았다. 보라, 피톤치드의 기운이 느껴지는가?!






참고문헌


삼림욕의 효과

- 산림욕의 효과, 건강에 어느 하나 해될 것 없어... 건강에 좋은 이유 (일간스포츠, 2015.08.14)

(https://news.joins.com/article/18451620)


핀란드가 숲에서 걷기를 관광으로 활용하는 부분

- Forest Sound Walk

(https://www.visitfinland.com/mystay/product/forest-sound-walk/57306/)


- Nordic Forest Walk and Picnic

(https://stopover.fi/activities/5304/113966/)


*아이슬란드 요정 관련 자료는

- '서프라이즈'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요정의 존재를 믿는 이유는?, 김상복, 부산일보, 2017.03.19)'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319000036),

''서프라이즈', 아이슬란드에 요정이 존재할까?(신미래, MK, 2017.03.18)(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01&year=2017&no=185468) 를 참조했습니다.



keyword
이전 19화북유럽 FIKA의 힘; 되는 일이 없을 때 커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