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는 이유, 핀란드식 교육법
북유럽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다. 자기 모국어도 아닌데 자기 모국어처럼 편하게 영어를 자유자재로 쓰며 말하는 이들을 보면 너무나 신기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북유럽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하는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어쩌면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영어를 잘하느냐고 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묻자, 덴마크의 한 친구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는 인구가 적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교역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한 스웨덴 사람은 북유럽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방송국도 몇 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니 외국 다른 나라의 방송을 끌어와서 보도록 한 것이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익숙해지게 된 배경 중 하나라고 한다. 실로 TV에서는 뉴스 등 몇몇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 공용어인 영어로 나온다.
북유럽이 처음부터 영어를 다 잘했던 것은 아니다. 핀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북유럽 국가들은 영어와 어순이나 문법이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영어와 어순과 문법이 다른 핀란드는 15년 전만 해도 영어실력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크게 뒤떨어져 있었다. 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은 문법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많이 노출시키면서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영어뿐만이 아니라 핀란드의 교육은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비결로 그들은 숙제가 없다는 것을 꼽는다.
굉장히 자율적인 이들의 문화를 보면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 집에서 청소를 하려고 해도 자기가 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에 엄마가 와서 방을 치우라고 하면 갑자기 하기가 싫어진다. 대부분 시켜서 하는 것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만 못하다. 중고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일방적으로 외우는 식의 학습방법은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젊은 영어 선생님께서 팝송을 틀어주시고 가사를 보여주며 그 내용을 이야기해주시던 것이었다. 그때 처음 들은 노래가 Emilia의 ‘Big big world’였다. 나는 영어 시간이 기다려졌고 영어가 좋아졌다. 그 전에는 나는 영문과를 나오신 엄마가 집에서 나를 붙잡고 성문 기초 영문법을 가르치실 때마다 하기 싫어서 퉁퉁 부어 있곤 했다. 그러나 흥미가 생기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팝송을 자주 듣고 싶었고, 영어를 더 잘하고 싶었다.
체육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영 별로라 체육시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손발에 힘이 없어 제대로 던지거나 차지 못해 파울만 하는 나에게 매일 피구나 발야구만 하던 초등학교 체육시간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더 나아가 하지도 못하는 기계체조 등을 시키는 중고등학교 시절 역시 내게 체육시간은 빠지고 싶은 시간이었다. 운동이 좋아지게 된 것은 오히려 대학에 가서 자율적으로 친구랑 배드민턴을 치거나 요가 등을 하면서부터였다.
좋아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강제로 시키지 않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운동의 즐거움을 일찍 깨달았을 것이라고. 따지고 보면, 무엇이든 억지로 시키는 것만큼 빨리 싫어지는 법이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억지로 매일 세 끼로 먹으라고 하면 질려버리기 일쑤다. '아웃라이어'의 작가 글래드웰에 의하면 (선천적 재능을 제외하고 후천적으로 잘하게 된다는 것을 가정하에) 무언가에 전문가가 되려면 만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여기서 1만 시간이란 대체로 하루에 3시간씩, 일주일에 20시간을 10년 동안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과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1만 시간이나 들여서 할 수 있을까? 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싫어하는 것을 강압에 의해 만 시간이나 해야 한다면 그것은 고문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억지로 시키기보다 스스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게 여지를 주는 것이 길게 봤을 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1만 시간의 법칙과 관련해서는 <노력하면 된다? … '1만 시간의 법칙' 틀렸다 (하선영, 중앙일보, 2014.07.17), 1만 시간의 법칙이 진짜로 의미하는 것
(이원석, ㅍㅍㅅㅅ, 2017. 7. 22)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