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생전장례식을 치룬 김병국 할아버지를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전립선암 말기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생전장례식을 하기를 원하셨다. 죽어서 영정사진에 절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살아있을때 보고싶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맛있는 것 먹으며 인사하고 싶다고 하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생전장례식을 치루고 있었다.
문득 얼마전 갔던 장례식장의 풍경이 떠올랐다. 장례식장은 효율 적인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다. 수십명이 갑자기 들이닥쳐도 질서가 흐뜨러지지 않는다. 차례차례 입장하면서 부조를 하고 영정사진이 있는 방에서 유족들과 인사를 나눈 후 절을 한다. 이후에는 육개장을 먹고 퇴장한다. 모든것이 빠른 나라답게 장례문화도 속전속결이다. 죽음을 애도하기에는 퍽이나 짧은 시간이다. 고인은 이미 죽은 몸, 영정사진 속 모습을 보며 명복을 빌 뿐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생전 처음보는 고인의 유족들을 보면서 슬픔의 연대를 느낄뿐이다. 유족의 입장에서도 슬퍼할 겨를 없이 단 2~3일내에 몰아치는 손님을 맞이하다가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나서야 슬픔이 몰아서 온다고 한다. 고인, 조문객, 유족 모두에게 아쉬운 장례문화지만 대안이라고 할 만한게 없어서 유지되고 있는듯하다. 결혼문화가 계속 바뀌고 있듯이 장례문화에도 서서히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나의 장례식도 상상해본다. 갑작스럽게 죽지 않고 오래 살다가 지병으로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면 나도 생전장례식을 치루고 싶다. 살아 있는 동안 소중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 나누고 싶다. 하루 종일 음식을 즐긴다는 유럽 사람들처럼 한 나절 맛있는 음식을 다같이 나눠먹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삶의 마지막은 병원에서의 일상이 아니라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대화로 채우고 싶다. 언젠가 죽을 인생, 어떤 엔딩을 맞이하고 싶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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