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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글 Sep 20. 2020

주 3일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잔고가 점점 줄어가고 있을 때쯤 지인에게서 면접 볼 생각이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면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 연습이나 할 겸 면접 약속을 잡았다. 막연하게 새로 다닐 회사는 사회에서의 인지도나 연봉보다는 일할 때 마음이 편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습차 가는 마음으로 면접에 향했다. 두 명의 면접관과 면접을 보는데 첫 질문이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질문이 나왔다.


이렇게 힘든 클라이언트들 상대하면서 힘든 일은 없었어요?



나는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상사때문에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경력직 면접에서는 상사와의 갈등이 있었다 말하는 것은 나에게도 문제가 있노라 고백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평소라면 절대 안 했을 이야기다. 솔직하게 말하고 기대는 안하기로 했다. 면접이 마친 후 생각해보고 연락을 준다고 할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바로 같이 일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견뎠다면 우리 회사에서 있는 어떤 일이든 잘 해낼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도 원하는 조건을 말해보고 싶어졌다. 



정규직으로 계약하되, 3일만 일하고 싶습니다.



작은 회사다 보니 일이 많고 사람이 급해서 안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승낙이 떨어졌다. 3일 근무가 이렇게 쉽게 이뤄지다니. 그렇게 3일 근무가 시작되었다. 남들보다 적게 일하는 대신 3일 동안 무엇이든 결과물을 만들고자 한다. 처음엔 근무일이 적어서 무리하기도 했었는데, 힘들만 하면 쉬었다 갈 수 있어 참 좋다. 화날 일도 줄었고, 홧김에 쓰던 돈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카페에 앉아 넋 놓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어쩌면 나는 5일 일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해서 마이너스 통장처럼 체력을 계속 대출해서 쓰고 있었던 건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주 3일 근무를 한 지 1년이 지났다. 수입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회사일 외에 다른걸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 예전에도 회사 생활외에 개인작업을 이어나가려고 매달리다보니 일주일에 쉬는 날이 없어지기도 했었다. 지금은 회사원인 내가 기본소득을 벌어오고, 글 쓰는 내가 쏠쏠한 용돈을 벌어오는 그런 그림을 꿈꿔본다. 언젠가는 글 쓰는 내가 회사원인 나를 앞지르는 날도 오지 않을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게 있다면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흘러가든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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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들의 유서' 입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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