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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 Mar 22. 2024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될래요 (下)

배우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을 때의 초심이 궁금하네요.

임: ‘나의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겠다.’ 같은 거창한 초심은 아니고요. 제가 숨 쉬고 싶던 게 초심이에요. 한 때 제가 안 좋은 생각을 한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려면 살아야 하거든요. 이 생각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연기할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이해되는데요. 그렇다면 배우로서 본인만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임: 제 연기나 작품을 통해 누군가가, 특히 소수에 속한 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가령 작품 속 노인을 희화화하는 경우, 실제 노인 관객이 상처를 받으면 그건 조롱이 될 수 있거든요. 

아직 그런 인물을 연기한 적은 없지만, 연기할 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상처받기를 원치 않듯이 그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소수에 속한 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단어 그대로 소수잖아요. 

반대편에는 다수인 대중이 있을 테고요. 연극과 뮤지컬도 대중문화에 속하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고 좋아하는 연기를 해야 할 텐데요. 만약 소수가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임: 트랜스젠더를 연기한다는 가정을 해볼게요. 몸은 여자인데 정신은 남자인 인물이죠. 

아마 남자처럼 걷고 목소리를 낮게 내라고 디렉팅을 받을 거예요. 우선 디렉팅 대로 연기를 한 후, 제 의견을 담아 스스로 해석한 연기를 보여줄 것 같아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은 감독님의 말씀이 맞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을 연기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보면서요.


제 의견이 수용되지 않더라도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연기할 거예요. 인물의 말투나 행동, 대사가 재밌어야 하는데 그 사람의 정체성 때문에 웃기면 안 되잖아요. 

저는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일부러 성별을 붙이지 않아요. 캐릭터의 말투나 행동이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박히지 않고, 배우의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텐데요. 연기를 잘해야겠죠. 스스로 생각하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란 무엇인가요?

임: 어떻게든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그런 울림을 느끼거든요. 가슴에서 북을 치는 것처럼 둥둥 울리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임: 관찰을 많이 해야 해요. 특히 주변에 있는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성향, 성격, 식습관 같은 작은 부분까지도 파악할 수가 있거든요. 

어떤 대상을 집중해서 관찰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요. 심지어 그 사람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임: 흔히 배우의 가치를 몸값으로 평가하잖아요. 출연료가 얼마인지, 이름값이 얼마인지 숫자로 판단하는 거죠. 저는 이것과는 별개로 '경력'이 배우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경력'은 몸값이나 유명세와는 별개로 그 사람이 경험한 절대적인 시간의 축적이잖아요. 무대에서 치열하게 버텨온 증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무대에서의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대에서의 경험에 대해 더 설명해 주세요.

임: 같은 무대, 한 인물을 오래 연기하거나 다양한 무대, 여러 인물을 연기할 수 있잖아요. 

제가 말한 '경험'은 후자예요. 물론 한 우물을 판 분들도 대단하죠. 끈기가 필요하고 강단도 있어야 되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작품, 인물, 경험을 한 배우가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요즘 사회가 한 가지 능력보다 다양한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저도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무대 경험을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임: 흔히 남자, 여자로 정해진 역할의 틀을 깨 보고 싶어요. ‘작품에서 성별에 큰 의미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관객도 한 번쯤 가져볼 수 있게요. 보통 '영웅'하면 남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거든요. 하지만 여자도 영웅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보여주고 싶어요. 

역할로는 소수에 속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요. 도전은 하고 싶지만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배우, 작가, 기획을 해봤고 연출도 맡을 예정이에요. 조명, 음향, 무대, 의상, 소품, 분장 쪽까지 모두 경험해보고 싶어요. 어디든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죠.







자칫 다양한 경험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잖아요.

임: 아직 학생이니까 괜찮다고 봐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제가 더 잘하고 원하는 것을 새롭게 찾을 수도 있잖아요. 꿈이 바뀔 수도 있고요.











꼭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연기하고 싶은 인물이 있을까요

임: 생각나는 두 작품이 있는데요. 하나는 뮤지컬 <호프> 예요. 주인공 '에바 호프'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다른 하나도 뮤지컬인데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하철도의 밤>의 '캄파넬라' 역할이에요.

이유는 두 작품 모두 저에게 큰 울림을 줬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제가 사랑하는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특히 <은하철도의 밤>에 ‘잘 해낼 거야, 지금껏 그래왔듯이.’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이 대사가 저에게 정말 큰 울림과 위로를 줬어요. 지금도 이 대사를 들으면 가끔 눈물이 날 정도예요.

제가 받았던 위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배우 스스로 본인만의 색이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겠네요.

임: 그렇죠. 그러나 제가 배우로서의 색이 결정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정도로 많은 역할을 맡지도 못했고요. 게다가 맡은 인물들이 모두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 공통점도 없어요. 그러나 제가 원하는 바는 분명해요. 아직은 색을 정하기보다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제가 롤모델로 삼은 김소향 배우, 윤승우 배우가 있어요. 그분들의 연기를 보면 마치 주파수가 맞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두 분처럼 관객과 소통하며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현재 배우라는 직업을 목표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앞으로 하나의 직업, 하나의 길을 걸어갈 때 갖게 될 장점과 단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임: 장점은 제가 계속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단점은 저만의 즐거움에 빠져서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게 되는 거고요. 연기에 빠져 산다면 결과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가면서 방향도 바꿔보고 방법도 생각하면서 맞닥뜨릴 문제점을 해결하려고요. 하지만 지금은 연기가 너무 좋아서 몰두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인터뷰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임: <내안의나>라는 주제가 좋았어요. ‘연기를 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연기라는 게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저를 들여다보는 거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한 게 얼마 전이라, 인터뷰 주제와 더불어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순간을 사진과 글로 기록됐잖아요. 추후 돌이켜 봤을 때 ‘과거의 나는 이랬구나.’라는 하나의 타임머신이 될 수도 있잖아요. 

사람들에게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나중에 무대에서 저를 만났을 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정도로 사소하게라도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질문입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임: 무대를 정말 사랑하는 배우로서 기억되길 바라요. 

무대 위에서 계속 숨 쉴 거고, 무대를 위해서 살아갈 거니까요. 

‘이 사람은 정말 무대가 아니면 안 되는구나.’라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1. 인터뷰이 임차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ahui_peach/

2. 배우 임차희 정보 (플레이 DB) http://www.playdb.co.kr/artistdb/detail.asp?ManNo=53475

3. 극단 선율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reationseonyul

4. 인터뷰어 배대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fyouknow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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