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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 Mar 12. 2024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될래요 (上)

더위가 한창이던 2023년 7월 말. 성수동 블루보틀에서 <임차희> 씨를 만났습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더위를 식히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차희(이하 임): 안녕하세요. 중부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임차희입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터라 입시를 포함해도 연기를 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정도예요. 

그렇기에 아직 어떤 배우라고 소개하진 못하겠네요. 

하지만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할 자신이 있는 배우라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웃음).








입시를 포함한 기간이 1년 정도라면 입시 준비를 늦게 시작했나 봐요. 동시에 간절하고 치열하게 준비했다는 의미겠네요.

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주변에서도 모두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보라고 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렇게 음악과 거리가 점점 멀어졌죠. 

어느 날 TV 프로그램 <팬텀 싱어>에 출연한 강형호 님을 알게 되었어요. 석유화학회사 연구원이 프로그램에서  우승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죠. 

당시 수학교육학과에 재학 중이었는데, 약 4개월 간 입시 준비를 하여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됐죠.







음악에서 연기까지 꿈이 확장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고 싶던 음악은 무엇이었나요?

임: 노래예요. 7살 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 매 수요일마다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그 시간이 정말 좋았거든요. 피아노 치는 것보다 노래 부르는 게 더 좋았어요.







피아노와 노래, 뮤지컬, 입시. 단계 단계가 자연스럽네요.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뮤지컬에 처음 흥미를 느꼈잖아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나요?

임: 입시 준비를 할 때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후 연극에도 흥미가 생겼어요.

사실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장르는 상관없어요. 

배우가 우선순위 꿈이지만, '굳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작품을 위해서는 연출가, 조명, 음향 등 다양한 자리가 필요하니까요. 

'이 중 하나라도 내 손길이 닿으면 좋겠다.', ‘무대와 함께 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이에요.






배우에서 무대 스태프까지 범위가 넓어진 계기가 있나요?

임: 교내 창작 페스티벌을 준비하던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줬어요. 

직접 쓴 대본으로 낭독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연출과 기획 그리고 연기, 무대, 의상까지 맡아야 했거든요.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그때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거구나.’를 깨달았고 

‘배우가 아니더라도 무대를 이룰 수만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죠.


다음 창작 페스티벌에서 제가 쓴 대본의 연출을 맡을 생각이에요. 연기는 하지 않고요. 현장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배울 수도 있겠지만, 현장은 생각만큼 친절하지 않거든요. 실수가 용납되지도 않고요. 하지만 학교는 다르잖아요. 학생일 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싶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거나, 배울 수 있는 교내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이 있나요?

임: 연기, 연출 두 가지 전공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1학년 1학기에 '공연제작기초'라는 수업에서 전공과 상관없는 본인이 원하는 분야를 담당할 수도 있고요. 

양쪽을 위한 수업이 모두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전공 외 수업도 듣고 실행할 수도 있어요.






잠시 나누었던 <팬텀싱어>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은데요. 

음악과 연기에 다시 도전하게 한 중요한 순간이었겠네요.

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팬텀싱어>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뮤지컬 공연을 보고 난 후예요. 

공연 안에서 슬픈 연기를 하는 인물은 슬퍼 보였지만,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들처럼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뒤따랐죠.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하네요.

임: 제가 뮤지컬에 흥미를 갖게 된 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2018년 1월이거든요. 

대입을 코앞에 둔 대한민국 고3이 갑자기 진로를 바꾸긴 어렵잖아요. 생각만 부모님께 전했죠. 

두 분은 우선은 지금까지 준비하던 입시를 계속해보고, 그 후에 반수나 재수를 해보자고 하셨어요. 

둘 중 하나를 포기했다기보다, 당시 상황에서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한 거죠.

수학교육을 전공하면서도 꾸준히 뮤지컬을 관람했어요. 공연을 보고 온 날에는 집에서 작품 속 노래를 부르고 감상을 가족과 나눴고요.

이런 모습이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였나 봐요. 먼저 뮤지컬을 공부할 기회를 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수학교육과, 연극영화과. 각각의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하자면 10점 만점 중 몇 점일까요?

임: 수학교육과도 6~7점은 줄 수 있어요. 그런데 연극영화과는 10점이에요. 완벽한 10점이요. 

최근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 수학교육과를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요즘 정말 행복해 보여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라고요. 

스스로도 행복한데,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면 말 다 했죠(웃음).







이야기를 연기로 옮겨볼게요. 작품 안에서 인물을 연기할 때, 작품의 주제를 어떻게 전달하나요?

임: 맡은 역할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작가로 시나리오를 쓸 때는 제 생각과 철학이 많이 반영돼요. 만약 '욕망'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면 

‘욕망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쭉 써 내려가 보는 거죠.

이런 식으로 대사를 찾기도 하죠.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도 비슷해요.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사람 임차희가 아니라 맡은 배역으로서 생각하고 답을 찾는 거예요.








배우로서 인물을 연기할 때 본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나요? 아니면 원작을 재연하는 편인가요?

임: 원작을 충실히 따르려고 해요. 하지만 대본에 나타나지 않은 부분은 제 상상으로 채우는 편이에요. 

대본에 인물의 외형, 말버릇, 습관 같은 것들이 표현된 경우는 많지만 걸음걸이는 그렇지 않거든요. 

이런 부분에 저의 상상력을 더하는 거죠.







어떤 식으로 본인의 상상력을 더했는지 궁금하네요.

임: 2023년 6월에 배우 워크숍에서 공연한 <우리 읍내>라는 작품이 있어요. 

저는 '사이먼 스팀슨'이라는 성가대 지휘자를 연기했어요.

원작에서는 남자지만, 워크숍 인원 성비가 맞지 않아서 성별을 여자로 바꿔서 진행했죠. 

이때 저만의 각색을 더할 수 있었어요. 결국 저만의 '사이먼 스팀슨'을 연기할 수 있었죠.







원작을 따르며 배우의 상상까지 더할 때 인물에 더 몰입하겠는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겠죠.

임: 노력의 양에 비해 결과가 따라준다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저는 피드백을 많이 받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발전할 가능성도 그만큼 많으니까요. 만약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제가 연기로써 달라진 모습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거잖아요. 피드백할 가치가 없는 연기였을 수도 있고요.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 없으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흔들리게 돼요.

연기가 발전돼야 저도 더 나은 배우가 되는 거잖아요. 외부를 통해 듣는 피드백은 스스로 하는 것과 정말 다르거든요. 훨씬 객관적이니까요. 이를 위해 주변을 괴롭히고 있어요. 

피드백을 더 자세히 해달라고 하면서요(웃음).







다양한 피드백을 얻으려면 현장에서의 소통이 중요하겠네요. 

임: 피드백을 요청하고 ‘나는 당신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할 자세가 되어있습니다.’를 보여주려고 하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더라도 더 얘기해 달라고 말해요.

장점을 키우는 것도 연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저는 단점도 함께 고쳐가고 싶거든요.







흔히 '영감을 받는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배우에게 영감이란 무엇인가요?

임: '배우의 영감이란 자신이 지나온 인생에 있다'라고 생각해요.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책, 공연, 영화 등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을 포함해서요. 

저도 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배우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연기했는데 제가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그 배우의 감정까지 전달할 수는 없거든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제가 그렇게 연기한다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나 슬픔으로 전달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영감을 받더라도 본인의 방식대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될래요 (下) 편에서 계속됩니다.


1. 인터뷰이 임차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ahui_peach/

2. 배우 임차희 정보 (플레이 DB) http://www.playdb.co.kr/artistdb/detail.asp?ManNo=53475

3. 극단 선율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reationseonyul

4. 인터뷰어 배대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fyouknow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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