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서글픈 순간이 언제일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헛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닐까. '착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면하는게 가장 두렵고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퇴사'를 하게 되면 이 멘탈이 깨질수도 있는 두려운 순간을 우리는 맞닥들여야 한다.
5년간 배운것
엑셀과 PT라는 값진(?)기술
드라마 '미생'에서도 나온다. 여자 사원이 상사들을 위해 복사하고 믹스 커피를 타오는 모습이. 이 장면은 그저 복사심부름이나 커피 심부름 하는 비정규직, 인턴의 삶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회사생활이란게 사실 별게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나 할수 있는 단순한 업무
이게 우리내 회사생활의 모습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몇몇 직종을 제외하고, 우리는 엑셀과 파워포인트와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든 회사생활을 할수 있다. 표를 그리고 계산은 엑셀로 하고, 보고를 위한 보고자료 작성은 PT로 하면 된다. 줄간격 좀 맞추고, 워딩하는 단어와 문장을 좀더 간결하고 세련되게 수정한뒤 제출하고, 통과되면 그것이야말고 그냥 회사생활이다.
몰랐다. 퇴사를 하기 전까지.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떤 실력이 쌓이고 있는지. 빠른 타자속도와 업무 처리능력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고. 남들보다 좀더 많이 아는 함수는 쉽게 구글링을 통해 알수가 있고. 좀채 늘지 않는 PT만드는 기술은 인문계열이 아니니까 이정도면 됬다고 마음편하게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고.
5년간 회사생활을 했지만,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할때 즈음 텅빈 자기 소개서와 이력서에 내세울 만한 특별함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펏다. 그저 머리속에는 '신에게 남은 것이라곤 엑셀과 파워포인트 밖에 없사옵니다.'명대사만 맴돌았다.
퇴사와 이직을 결심하여야 하는 이유
내꼬라지를 알게되다
한 직장만 꾸준히 다니며, 주기적으로 자신을 점검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자기계발을 실천하는 이 지구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외계인도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매년 영어 계획을 세우지만 빈번히 실패하는 현실 인간이 아닌, 계획대로 실천하는 외계인도 분명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인간 이었던 나는 환경을 변화시키고, 강제로 자신을 객관화 하며, 팩폭을 맞아야 하는 족속이다. 퇴사와 이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함이고,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자극을 주기 위함이다.
퇴사와 이직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력을 다시 정리하고, 면접을 보러다니며, 새로운 직장에서 몇년간 적응해야 하는 등등 기빨리고 힘들고, 귀찮음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제자리 걸음일 것이 뻔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