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통 당해봐야 한다. 40대 전까지는 말이다. 오뚜기처럼 쓰러지고 다시 일어 설수 있을 때 직접 경험하고 깨져봐야 안다. 그 누가 나를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어도, 직접 경험하지 않는한 사실 알수가 없다.
퇴사를 하겠다고 하니 전부다 뜯어말렷다. 물론 부모님께는 비밀로 붙였다. 융단폭격처럼 쏟아질 잔소리를 감당할 만큼 내 마음이 모질진 않은탓이다. 게다가 퇴사를 한 그해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까지 약속하고 날까지 정한 상황이었기에 말을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퇴사를 뜯어말린 이유는 여러가지 였지만, 어딜 갈곳을 정하지 않고 나가는 것이 심히 걱정이 되었나 보다. 대책없이 나가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선택이 있을까. 물론 이미 퇴사마음을 굳힌 후였기에주변의 조언이 어떤것이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사표를 제출하였고 그렇게 인생의 지옥문이 열렸다.
퇴사후
하루하루 지옥같은 삶
지금은 만족할만한 연봉과 복지를 즐기며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근무를 하고있다. 사실 지방대생에 열등한 스펙을 가졌던 내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할수 있었던 것은 운이라는 요소도 물론 많이 작용했겠지만, 대책없이 퇴사하고 겪은 똥통과도 같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똥통에 실제로 들어가 본 경험은 물론 없다. 웬지 그곳에 빠지면 냄새 때문에 하루하루 힘들고, 허우적 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만 들어가는 상황이 비슷한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해 보았다. 대책없이 퇴사한 1년간의 삶이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직을 염두해두고 퇴사를 하긴했다. 다만 더 늦기전에 세상을 맛본뒤 취후의 보류로 이직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퇴사후에 1년도 채 되기전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탓에 결국 재취업(이직) 을 했고, 세상의 쓴맛을 맛본 그 기간은 나의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에는 퇴사후 백수의 기간동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그 경험덕에 지금은 하루하루가 천국이다.
대책없이 퇴사하는것
정말 잘못된 선택 이었을까?
"저...퇴사하겠습니다..."
"그래..어느 회사로 가니?"
"아직...딱히 정해진 곳은 없구요..."
"너를 붙잡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고, 인생 선배로서 진심으로 말하는데 그렇게 하면 위험해."
100명중 100명은 대책없이 퇴사하는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낼것이 뻔하다. 나마저 거기에 대책없이 퇴사하면 위험한 이유 한가지를 덧붙여 숟가락 한개를 더 올리고 싶지 않다. 만약 아끼는 후배가 대책없이 퇴사하겠다고 말한다면 난 적극 편들어 줄것이다. 왜? 그 선택이 설사 잘못되었고 후회로 남을지 몰라도 분명 배움과 깨우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길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이 인생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고들 한다. 나역시 대책없이 퇴사하여 똥통같은 상황속에 허우적 되다가, 공백기 탓에 재취업할때 연봉 및 직급까지 깍여가며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쑥불쑥 드는 생각이 나를 계속 힘들게 하였다. '내가 그때 퇴사하지만 않았어도 벌써 차장은 되었을 것이고, 연봉은 1억이 넘었을 텐데...'
퇴사전 같은 직장의 동기들과 우연히 연락이 닿으면 내가 무슨 사업으로 완전 부자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그렇게 소문이 돌았나 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동기들이 부러웠다. 승진은 다들 하였고, 그만큼 연봉도 더 오른 그들의 상황이 배가 아팠다. 그리고 나의 선택을 수업이 후회하며 자책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때의 퇴사의 선택이 내 인생에 '신의 한수' 였다고 자부한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퇴사를 하는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현명하지만, 대책없이 퇴사하는것도 좋은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고 터닝포인트가 될수도 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세상에 없는 셈이다.
대책도 없이 저질러진 만행이 이렇게나 인생에 도움이 될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후회만 가득하고, 힘들고, 징징대고, 죽을것만 같았었는데, 역시나 사람은 죽으란 법은 없다. 어떤 경험이든 언젠간 인생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