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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l 31. 2023

관찰자의 메모장

TEXTIST PROJECT

 글 쓰는 플랫폼에 인기글들을 종종 본다. 그리고 좌절한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왜 인기 있는지, 왜 사람들이 많이 눌러볼 수밖에 없는지가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이다. 


 흔한 사람의 주변에는 특별할 일이 별로 없다.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안정적이고 평탄한 삶. 안정적이고 평탄한 주변들. 이런 흔한 사람의 일상에 비해, 글 쓰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인기글들은 드라마로 가득하다. 불치병, 이혼, 퇴사, 창업, 각종 갈등, 전문직의 이야기, 아니면 아예 해당 분야의 유명인이 쓰는 글까지. 요리로 비유하자면 흔한 사람의 주변에는 뻔한 요리재료만 가득하지만, 플랫폼에 올라오는 글들은 형형색색의 재료로 요리된 셈이다. 식당 근처에만 가도 냄새부터 다른, 그런 요리들 말이다.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항상 묻는다. 흔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저 흔한 것으로 끝일까. 흔한 사람의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 끝날 수밖에 없을까.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걸까. 

 자답한다. 일상의 생각, 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들, 모두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평범하고 흔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정도로 사소할 뿐, 막상 가까이서 곰곰이 바라보면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말이다. 


 오랫동안 주제 없는 글을 써왔다. 흔하고 평범할진 몰라도 나름의 드라마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짧은 이야기들이다. 

 오랫동안 써오다 보면 여러 이유로 무의미해지는 글들이 있다. 그때와 지금의 생각이 다르거나, 시의성을 잃어서 지금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거나, 나이가 들어버린 탓에 현재의 감정으로는 쓸 당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런 글들이다. 이들을 버렸다. 

 버린 후에도 많은 글이 남는다. 남은 글 중 맘에 드는 글들을 골라 다듬어서 묶었다.


 제목을 정하는데 곤혹스러웠다. 트렌디하게 정하고도 싶었고, 혹은 유머러스하게 만들어보고도 싶었다. 모두 실패했다. 이 글들은 공통된 주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때그때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실과 생각을, 단어와 문장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들은 그저 <내 속에서 굴러가는 생각>이기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일>이기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시선>이기도, 혹은 <일터에서 느낀 것들의 포장>이기도 했다. 


 글들을 쭉 다시 읽었다. 글을 쓴 사람이 관찰자처럼 보였다. 이 글들의 초안은 모두 메모장으로 작성됐다. 항상 들고 다니는 메모장에 손으로 적은 글도 있고, 휴대폰 메모장에 급하게 적은 글도 있고, 컴퓨터의 메모장 프로그램으로 적기도 했다. 어떻게 썼든 메모장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어떤 메모장으로도 글을 쓸 때의 심정은 비슷했다. 

 "이 소소한 이야기를 지나쳐 보내 긴 싫다."


 스물여덟 개의 이야기를 남겼다. 스물여덟 개의 이야기는 네 개의 주제로 분류했다. 각자의 짤막한 드라마를 갖고 있는 이야기들이 슴슴하지만 씹는 맛이 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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