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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06. 2022

직장인이라는 적성

TEXTIST PROJECT

 어디선가 지나가듯 누군가가 했던 말. 

 "나는 회사생활은 적성에 안 맞을 거 같아."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회사원이 아닌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같이 있던 이들 중 누군가가 답했던 기억도 난다. 

 "회사생활을 적성에 맞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회사를 다닌다는 것. 그러니깐, 적어도 어떤 공인된 집단에 속하여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한, 정해진 월급을 따박따박 받을 수 있는 삶. 한편으로는 집단에서 엄청난 성과를 발휘해도 정해진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없는 삶. 딱 그 범위 안에서의 적당히 안정적인 삶.

 사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그들의 가치를 드러내며 재화를 발생시킨다. 누군가는 가르치는 능력, 누군가는 친화력, 누군가는 설득력, 누군가는 판매하는 능력, 누군가는 집중력, 누군가는 지속력 등등. 각자가 가진 적성과 역량은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에 따라 잘 맞는 옷이 되기도, 혹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초라한 옷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의 적성은 뭘까. 직장인은 거의 모든 일을 한다. 판매를 하기도, 설득을 하기도, 교육을 하기도, 홍보를 하기도, 계산을 하거나 생산을 하기도, 생각하거나 사람들을 리드하기도 한다. 직장인의 적성은 도대체 뭘까. 다 잘해야 되는 사람인가, 아니면 특출나게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사람일까.


 직장에 머무른 지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문과생이 IT기술을 동경하며 처음 사원증을 게이트에 댔을 때, 이 계열에서 탑은 IBM이었다. 첫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때, 인사담당자는 그런 말을 했다. 

 "여러분들은 IBM 같은 곳을 꿈꾸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인사담당자가 아직 회사에 계시는지 알 수 없다. 만 몇천 명이 일하는 회사에서 사람은 나사와 같다. 지근거리에서 업무로 엮여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NPC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누구도 우리 회사의 업종 계열에서 IBM을 말하지 않는다. 만들어야 하는 보고자료들에 비교 대상이 되는 회사는 아마존이나 구글로 바뀌었다. 

 직장에서 사람이 나가고 들어오는 건 이제 그러려니 한 일이 됐다. 개개인에게 회사를 들어오거나, 회사를 나가는 건 일생의 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일이겠지만. 


 직장인의 적성은 뭘까. 자꾸 바뀌는 세상, 자꾸 바뀌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별다른 동요의 감정을 느끼지 않고, 건조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는 그런 능력일까. 열심히 만든 보고서가 초등학생 수준이라며 모독스러운 비난을 받아도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그런 능력일까. 


 어쨌든 직장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쉬운 사람들이다. 수백억, 수천억 대 자산가는 회사를 차리지, 회사를 다니진 않는다. 그래. 직장인의 가장 큰 능력은 '아쉬움'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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