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의 단편집
('익명게시판(2)'에서 이어짐)
몇 주 동안 팀원들의 태도는 분명 변했다.
특히 젊은 팀원들은 그 전과 달리 나에게 좀 더 사근사근하게 대하려 노력하는게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변화는 [자체 파업]과 [존대 조치] 시점부터다. 팀원들은 나의 변화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결국에는 눈치를 보게 되었을터다.
내가 왜 변했는지 그들이 나의 속내까지 알 순 없겠지만, 그래도 팀원들의 태도 변화를 끌어냈기에 [자체 파업]과 [존대 조치]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팀장이 회의실로 불렀다. 나는 다소 긴장했다. 팀장이 일대일로 부르는 일은 혼내는 경우 말곤 없다. [자체 파업]이라고 이름붙인 태업을 벌써 몇 주째 지속했던 탓에 조심스럽게 회의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팀장은 축하를 건냈다.
“최 과장, 축하해.”
“네?”
“드디어 됐네. 이제 최 차장이다. 내일 사내 게시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을거야. 좋은 일이니깐 하루 정도 미리 기뻐해도 될 거 같아서 먼저 알려준다.”
어리벙벙하게 있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팀장님, 작년보다 고과가 낮은데... 어떻게 제가...?”
“그렇지. 근데 이번에 밀리면 벌써 4년째 누락되는거라 인사팀에서도 조금 부담이 있는 거 같더라.”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팀장이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요즘에 하도 ‛90년대생’, ‛소통’ 이런 게 화두잖아. 알지?”
“예... 뭐...”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 잘 챙기고, 소통하려 노력하는 직원들을 챙겨줄 수밖에 없더라고. 너 요즘 노력 많이 하는 거 다 안다.”
“...네...?”
“나도 요즘 친구들 대하기가 참 힘든데... 너한테 배워야겠더라. 그렇게 꼿꼿이 살더니 이젠 애들이 너를 제일 찾는 거 같더라?”
멍해졌다.
드디어 차장 승진에 성공했다는 기쁨보다 얼빠진다는 감정이 앞섰다. 코미디 같았다. 수 주 동안 지속했던 신사다운 분노의 표출이 도리어 소통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니. 팀장은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내 모습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젊은 팀원들과도 면담해보면 ‛최 과장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들과 상종하지 않았을 뿐인데.
다음 날 나는 그동안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던 연차를 내고 집에서 멍하니 하루를 보냈다. 공식적인 승진자 발표 시간이 되자 메시지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부서원들이 보내는 축하 문자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 친한 어투로 발송된 후배 직원들의 메시지가 소름 끼쳤다. 그동안 뿌듯하게 여겼던 나의 반항들은 의도 전달에 완벽히 실패했다. 그게 낯부끄러워서 이틀 더 휴가를 붙였고 그렇게 3일을 연달아 쉰 후에야 다시 출근했다.
('익명게시판(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