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작가 Jul 27. 2024

F가 아니라 T였다고!

37세지만 신혼입니다

 나는 올해로 만 37세다. 하지만 결혼한 지는 이제 3개월이 갓 넘은 신혼이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있었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과,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만약, 꼭 하고 싶다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어떤 것들을 내가 준비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5년 간의 치열한 내적 갈등과 자기 검열을 거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을 요리조리 살펴보면, 신기할 정도로 내가 좋아할 만한 구석이 참 많은 사람이다.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소박해 보이지만 나에겐 중요했다!) 결혼 전 매일 밤 두 손 모아 기도했던 것이었는데... 정말로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숱한 눈물로 지새우던 밤들을 뒤로하고, 그 눈물을 닦아줄 뿐 아니라 웃겨주기까지 하는, 유튜브에 최신 웃긴 짤이나 밈을 너무 많이 흉내 내서 오히려 절제를 시켜야 하는 내 남편. 사소한 것에도 잘 웃지만, 평소에는 진지하고 점잔 빼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찰떡인 사람 같다.


이런 내 찰떡이지만, 결혼하고 처음으로 못마땅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F가 아니라 T였다는 것! 분명히 결혼 전 나에게 MBTI가 ENFP라고 했었는데... 살아보니 이건 ENTP였다. 나는 ENFJ다. 그것도 극 F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고, 그것에서 오는 공감과 동질감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사람들과의 관계성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엔프제) 남편은 결혼 전에, 이 부분에 있어서 거의 아무 문제가 없는 듯했다.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서 잘 들어주었고 직장이나 친구 관계에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이해가 빨랐고, 어떤 날은 함께 흥분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 한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한 지인의 차별적인 행동에 대해 뭔지 모를 불쾌한 감정이 계속적으로 드는 일이 있었다. 또, 직장에서 계속된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에까지 문제가 생기게 됐는데(결혼 전후로 체력이 바닥이 나버린 것도 추가) 이제는 절친보다 더 친한 관계가 된 남편에게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더니,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나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도 선택이야..."


뭐라고? 스트레스도 선택이라니. 37년을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아니, 내 감정을 그렇게 이해하고 공감해 주던 남편 맞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한 건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냉정한 사람인데 내가 눈치를 못 채고 결혼했던 건가?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들이 뇌 속에서 회오리쳤다. 원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건 알았지만(결정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남편의 매력이다) 이걸 이렇게 받아치다니. 스트레스는 지금껏 받을 수밖에 없는 건 줄 알았는데, 이것도 선택이 가능한 사항이구나. 처음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지만, 계속 곱씹어서 생각하다 보니 나같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최고의 처방전이라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무조건적인 공감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칼 같은 조언이 자기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F가 아닌 T남편에게 하나씩 맞춰가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