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J라 그런가?
-프로 문제해결러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무조건 받음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길을 물어봄
-두리번거리는 사람한테 먼저 가서 길 알려줌
위에 든 예시들을 종합해보면 '오지랖이 넓은 사람'. '오지랖'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자.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단어는 원래 전통 한복과 관련된 말이었던 거다. 넓은 겉옷의 앞자락이 관용어가 되어, 언제부턴가 '오지랖 넓다'는 표현으로 쓰이게 됐다. 그렇다면 '오지랖 넓다'의 뜻은 뭘까? 1.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면이 있다. 2. 염치없이 행동하는 면이 있다.
오지랖이 넓다는 건 좋게 말하면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은 선한 마음이고, 나쁘게 말하면 내 문제가 아닌데 고치려고 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사교적이지도,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사교적이고 사람을 많. 이.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예술적인 기질 때문에 생각이 많고 그걸 정리하고 표현할 시간이 언제나 필요한 것뿐이지.
맞는 예시인지 모르겠지만, 출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아주머니가 나눠주시는 요가센터며 피부관리숍이며 현란한 전단지들을 꼭 손에 받아 든다. 그 이른 아침에, 거기 나오셔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단지 한 장 한 장 나눠주는 분들을 그냥 외면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내가 정말 바빠서, 혹은 늦어서 미친 듯이 뛰어야 할 때 빼고는.
내 얼굴은 웃상이다. 홑꺼풀인 대신에 웃으면 눈이 길어지는데, 사람들이 그래서 나의 웃는 얼굴을 많이들 좋아해 준다. 무표정일 때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착한 얼굴(?)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나에게 길을 참 많이 물어본다. 잘 알려줄 것 같이 생겼나 보다. 실제로 나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길을 최대한, 잘, 알려주는 편이다. 심지어 대학교 때는 신입생 같이 보이는 후배들이 학교 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먼저 가서 찾고 있는 곳을 알려줬다. 지금도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는데, 세상이 하도 각박하고 나쁘고 무서운 사람들이 많아서 자제하고 있다. 끄응.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를 지날 때였나. 어떤 젊은 여자가 갑자기 내 건너편에 앉아서 울음을 터트렸다. 뭔가 굉장히 슬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울고 싶어도 울음을 참을 수 있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된다. 그런데 어른이 된 이후에도 주책없게 울음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러면 그냥 모른척해주자. 사람마다 사연이 있고, 사정이 있고, 그가 혼자 견뎌내야 하는 삶이 있으니까. 오지랖이 넓은 나는 지하철에서 울고 있는 여자를 볼 때도, 엄마에게 떼쓰며 우는 어린아이를 볼 때도 괜히 같이 눈물이 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울고 싶은데 계속 참고 있을 때, 마침 그들이 내 앞에 나타난 거 같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번지고 물드는 그런 잉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