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전생에 독립 운동가

ENFJ라 그런가?

by 유작가
사회 운동가형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타인을 진심으로 대합니다.
중독성 강한 이들 특유의 열정으로
사람들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변화를 이끌 때
이들은 그 어떤 때보다도
큰 행복을 느낍니다.


정의로운 사회 운동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어려움에 맞서 싸우는 이들. 이것도 엔프제의 특징 중 하나.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뽑아보았다. 전생에 독립 운동가.

전생을 믿진 않지만, 만약에 내가 1900년대에 태어났다면 분명히 1919년 전국 어느 장터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독립운동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최근에 떠올린 생각이 아니라 어릴 때 유관순 열사의 전기를 읽고 나서 종종 했던 생각이다. 실제로 유관순 열사의 본관은 고흥이고 '버들 류'씨인데 나와 같다. (호적을 유독 중요하게 여기시는 아버지가 유관순이 우리 조상이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와서인지 아니면 날 때부터 내 기질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 같이 자기를 굽히고 조직 생활에 오래 적응해야 하는 직업에는 참 맞지 않는 사람. 곧 죽어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사람. 그래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총대를 메다가 불이익을 당할 때도 있다.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관계가 좋던 대표님과의 사이가 디자이너들 야근 줄여달라고, 제작팀에 피디 한 명 더 뽑아달라고 이야기했다가 미운털이 박혀서 몇 달 후 권고사직을 받은 경험이 그 증거. 생각해보니 내가 초딩 때, 우리 아버지는 철도청에 계셨었는데 어느 날 노조 위원장을 맡고 한참 바쁜(?) 나날을 보내시더니 회사를 그만두게 되신 적이 있었다. 어떻게 운이 좋아서 바로 도시철도공사로 이직을 하시긴 했지만, 그 피가 어디 안 가는 거였구나.


이런 성향이 어떨 때는 정말 꼭 필요하게 쓰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멋짐 폭발로 다가오긴 하지만, 또 어떨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는 치명타가 되기도 한다. 바로 내 신념과 확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너무 큰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선한 일에 쓰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지만, 만에 하나 악한 일에 쓰인다거나 내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는 진짜 히틀러 같은 악마 독재자가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산다. 나도 인간이기에 내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나만의 생각을 버리고, 주변 사람의 다양한 조언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혜자지.


또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나 제도 혹은 이념을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도 엔프제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다가 알게 됐다. 물론 나라를 세우거나 역사를 바꾸거나 하는 큰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세운 뜻을 이루기 위한 어떤 '이상향' 같은 것은 필연적이다.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주의라는 이념 또한 없었을 테지만, 인물이든 제도든 이념이든 개인이 너무 지나치게 이상화를 할 때 생기는 문제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다가 점점 일부분이 썩게 되면, 어느 순간 전체가 다 문드러지고 회복 불가해서 폐기 처분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획일화된 사고나 시각, 시야는 좋지 않은 것 같다.


30대 중반에 내가 살을 부대끼고 살아가던 터전과, 함께 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언론에 매도되고 천하의 대역죄인 취급을 받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교훈을 하나 얻게 된 것에 감사하다. 당시에는 매일매일이 지옥 같고 마음에 울분이 차고 사람들이 무서웠지만 지나고 보니 세상을 사는 이치 하나를 깨달았고, 그것으로 인해 나는 더 단단하고 옹골지게 됐다.

keyword
이전 04화4.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