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질리먼시 없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

by 담결

****스포 주의****

본 글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중요한 스포일러를 가득 포함하고 있습니다.



밸런스 게임 같은 질문으로 이번 글을 시작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능력과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막을 수 있는 능력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들이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에게 갖는 선입견 중 하나는, 독심술 같은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심리학 전공자들이 대체로 타인의 내적 상태에 민감한 편인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던진 질문에 답해보자면, 나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일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나는 지금보다는 어릴 때 판타지 장르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현실에 잠식된 결과일까. 현실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깨닫는 것이 '성장'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현실에 안주한 성인이 되어버린 지금도 가끔은 마법 같은 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브런치북의 프롤로그에서, 내가 옛날에는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장 좋아했다고 언급했었다. 여전히 그 마법을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가장 탐나는 마법은 달라졌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레질리먼시와 이를 막아내는 오클루먼시 마법이다.


이 역시 패트로누스 마법과 마찬가지로 작중에 몇 없는 정신계 마법 중 하나이다. 마법이 정식으로 소개되는 건 5편 불사조기사단에서이지만, 초반부터 덤블도어와 스네이프가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는듯한 묘사가 계속 나온다.

2편 비밀의 방, 제5장 후려치는 버드나무에서 발췌
4편 불의 잔, 제30장 펜시브에서 발췌


해리가 오클루먼시를 배워야 했던 이유는 볼드모트가 레질리먼시로 그의 정신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마법을 스네이프에게서 배워야 했기에, 결국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그 수업은 사실 교사도 학생도 서로 진심으로 해볼 의지가 없는 수업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싫어했으니까. 해리가 오클루먼시를 비로소 익힌 것은 7편에서 도비가 죽은 직후였다.

5편 불사조 기사단, 제24장 오클루먼시에서 발췌


지난 글에서부터 꾸준히 이 얘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 우리는 마법을 쓸 수가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두 가지 팁이 있다. 첫째로 남에 대해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기 전에 자신을 먼저 개방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파헤치려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인관계는 양방향적 교류가 이뤄지는 장면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본심을 알고 싶다면, 우선 먼저 자신의 진심부터 솔직하게 개방하는 게 좋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상대방이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자기 얘길 터놓을 수 있지 않을까. 둘째 팁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평가적이고 판단적인 시각을 내려놓고 공감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당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걸 전해준다면 조금 더 진솔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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