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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Feb 17. 2024

저질체력의 굴레,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니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니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tvN 금토 드라마 《미생, 2014》 중에서


저질체력이 어떤 것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그게 어떤 상태인지 안다. 저질체력은 운동 부족에서 비롯된다.  체력은 '신체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나름의 경험에 따르면, 저질 체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밖에 없다.  체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동 부족으로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악영향과 그 심각성을 직접 경험으로 인식하면서도,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저질체력 그 자체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신체활동이나 운동을 가급적 회피하게 된다. 이처럼 저질체력의 악순환은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 반복된다. 


저질체력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내 과거를 돌이켜 보면,  40대 후반 이후부터 장시간 신체적 활동을 한 다음에는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어쩌다 밤샘을 하게 되면 최소 3일가량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좋아하는 등산을 하고 나면 하체의 근육통과 피로가 풀리지 않아 최소 4일가량은 심한 몸살로 시달렸다. 환절기에는 정기적으로 어김없이 감기몸살을 앓았다. 2층 이상의 계단을 오르면 숨이 턱에까지 차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반드시 한 두어 번은 쉬어가며 올랐다.  그래서 필수로 처리해야 할 일 이외에 극도의 긴장을 요하는 일이나 신체활동을 가급적 피했다. 


샤워 시간이 길어지면 숨이 차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일이 잦아들었고, 심지어 머리를 감거나 등을 씻을 때 팔 근육과 옆구리에 가끔 쥐가 나거나 담이 결리기도 했다. 사람이든 업무든 장시간의 긴장상태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오면 만사 제쳐두고 출입구 바닥이든 거실 바닥이든 소파 위에서든 한두 시간 시체처럼 뻗어있어야만 했고 그날 밤에는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덕분에 무엇이든 몸이든 정신적으로든 약간 버겁다고 생각되면 쉽게 포기하게 되고, 쉽게 우울한 감정에 젖어들고, 소진증후군(번아웃), 집중력 저하, 자신감 저하, 자격지심, 나태함, 무기력, 만성피로, 짜증, 피해의식, 스트레스 등등이 스스로 심각성을 인지할 정도로 점점 커져 갔다.  그러면서 뱃살은 점점 더 바가지처럼 부풀어 올랐고 허리는 최대 38인치까지 늘어났다. 다시 말해 자기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저질체력의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었다. 


"우리는 이유 없이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습관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좋든 나쁘든 이유가 있다. 습관 뒤에 숨은 이유를 더 잘 이해할수록 나쁜 습관을 더 잘 버리고 성공을 위한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더 능숙해질 수 있다." -Corey Wilks, Psy.D(임상심리학자, 미국)


좋은 습관 나쁜 습관은 자기하기 나름


습관 형성은 '새로운 행동이 반복적이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 어렵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 규칙적으로 반복된 습관 패턴이 인체의 신경회로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학습 습관은 원하는 행동이나 원하지 않는 행동을 결정하여 개인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 신경학적 메커니즘이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나쁜 습관은 새롭고 다른 학습 습관으로 대체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습관을 개발하거나 기존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습관을 다른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반복은 습관 기억을 생성하고 확립한다.' 즉, 반복을 통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습관 형성으로 좋거나 나쁜 쪽의 자기 개선 혹은 변화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  아울러 자신의 의지와 집중에 달려 있다 하겠다. 


참고로 간혹 습관과 중독을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에 넘치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오남용과 왜곡 덕분이다. 특히 운동 관련하여 습관과 중독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습관은 얼마든지 자기 의지로 제어(조절)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언제든 새로운 습관 형성을 통해  기존의 습관을 바꿀 수 있다. 반면에 중독은 자기의지로 제어가 아예 불가능하다. 만약 몸에 무리가 가거나 몸이 아프거나 신체 일부가 다친 상태에서도 자신의 의지로 운동을 멈출 수 없다면 운동 중독이다. 운동 습관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습관이다. 반면에 운동 중독은 오히려 우리의 몸을 망치게 하는 일종의 강박장애로 정신과 및 심리 치료의 대상이다.


미국의 인본주의 상담심리학의 거두 칼 로저스(1902~1987)의 중심 사상의 전제는,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함께 가지고 태어난다."에 두고 있다.


심리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성격 특성은 수년에 걸쳐 변화하며, 종종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한다."라고 한다. 타고난 기질(천성)은 바뀌지 않지만, 성격은 어떤 방향으로든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신체도 마찬가지다. 신체의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신체를 노쇠(쇠약)하게도 건강하게도 만들 수 있다. 개선과 변화의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단시간에 우리 신체의 개선, 체력의 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한갓 망상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와 체력 상태에 대해 아무리 처절하게 각성을 하고 각별한 통찰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습관 상태, 현재의 상황에 그대로 안주하면서 개선과 변화를 위한 뭔가 실질적인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단지 꿈꾸는 것에 불과하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고,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희망 혹은 꿈은 현실과 다르다. 인간은 종종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종종 절망과 무기력에 빠진다. 저질체력의 악순환에 빠지는 메커니즘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무언가 자신의 것을 반드시 그 대가로 치러야만 한다. 그게 시간이든 재능이든 돈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게 사리(事理)요, 현실의 값비싼 경험이다.


저질체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각설하고 그럼 어떻게 해야 저질체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사회개혁의 한 방법으로 '점진적 사회공학'을 제안했다. 쉽게 말하면,  당장 실현 가능성이 아득한 무언가 거창하고 이상적인 목표보다는 누구나 쉽게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고 개혁하여 그 동력의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사회 전체를 바람직하게 개혁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질체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자신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부터 반복함으로써 운동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저질체력의 심각성을 체감한 이후 저질체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한 운동은 '걷기'였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매일 한 시간가량을 걸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새벽 걷기가 일상 습관이 되었다. 그 이후, 팔굽혀펴기를 시작하였다.  팔굽혀펴기는 시간 장소 구애 없이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이면 충분하였다.  맨몸 근력운동으로 팔굽혀펴기가 일상의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은 다음 그다음 단계로 발뒤꿈치 들기와 스쿼트를 시작하였다.  두 운동 역시 시간 장소 구애 없이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걷기, 팔굽혀펴기, 발뒤꿈치 들기, 스쿼트가 일상생활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다음 풀업바를 설치하고 풀업 밴드를 이용한 턱걸이를 시작하였다.  턱걸이는 처음엔 단 한 개도 못했다. 턱걸이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풀업밴드없이 맨몸 턱걸이 10개가 가능하다.  각각의 맨몸 운동이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각각 대략 3개월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내 체력의 약 80% 정도를 소비하여 매일 걷기 5km, 스쿼트 100개, 턱걸이 25개(풀업밴드 25개, 맨몸 10개) 팔굽혀펴기 100개, 발뒤꿈치 들기 100개를 한다.  걷기는 대략 1시간, 맨몸운동은 전체 40분 정도 소요된다. 자기 관리에는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것이 포함된다. 자기관리는 자기 돌봄과 같다.  곧 자신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인 것이다. 


2023년을 기점으로 2024년 현재 앞서 고백한 저질체력 상태는 더 이상 내 사전에 없다. TV와 스마트폰에 시간을 허비하는 등 과거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매일 걷기 1시간, 맨몸 운동 40분), 적절한 식단 관리, 충분한 수면, 바른 자세, 주변 정리 정돈과 청결 유지, 자기 계발, 자기관리 등등 좋은 습관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정신 상태와 몸 모두 십수 년 전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실하고 건강한 상태가 되었다. 뱃살과 내장지방은 거짓말처럼 거의 다 사라지고 적절한 체중에 근육질의 가볍고 탄탄하고 건강한 몸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약간 과장하면, 운동 관련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건장한 사람의 몸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건장한 몸으로 바뀐 것이다. 


'노쇠하지 않고 건강하게 늙는다'는 말의 의미를 나는 매일의 운동습관을 통해 체감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희망은 사는 동안 모쪼록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자기 몸을 몽땅 다 태운 양초의 심지 불이 저절로 꺼지듯 그때가 오면 병들지 않은 몸으로, 깔끔하게 잘 죽는 것이다.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부터 시작하기


결론적으로 저질체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가장 쉽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10분 이내의 맨몸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다.  혹은 걷기 운동부터 가볍게 시작해도 된다.  만약 걷기에 왕복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게 힘들다면, 5분 정도 짧은 시간을 내어 5층 이상 건물의 계단 오르기를 매일 실시해도 운동 효과는 빨리 걷기 운동과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주의 사항이 있다. 특히 계단오르기 운동은 바른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절못된 자세로 계단오르기를 할 경우 무릎관절에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자세와 관련된 신뢰할만한 운동 정보를 여럿 참조하고 충분히 숙지한 다음, 하나씩 실행에 옮겨서 어색하지 않고 무릎 통증이 없고 내 몸에 무리가 가지않는 최적의 올바른 자세를 애써 찾아야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단계는 그것을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에 과욕은 금물이다.  비록 10분 이내의 손쉬운 맨몸 운동 일지라도 처음 며칠 동안(3~4일) 운동 부위의 근육에 통증이 쌓일 것이다.  그러나 초반 며칠만 의지를 갖고 잘 넘기면 더 이상 운동으로 인한 근육 통증은 사라질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자기 체력의 7~80%를 소비하여 하루에 3~40분 동안 중강도 운동을 한다면,  하룻밤 자는 동안에 근육의 피로가 다 사라진다.  만약 평소와 다르게 그 다음 날에도 근육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면 정상 회복될 때까지 운동을 쉬고, 집중적인 스트레칭으로 대체하면 되겠다. 비타민C(항산화제)의 복용은 빠른 피로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과도하고 무리한 운동은 몸을 상하게 할뿐만 아니라 자칫 건강까지 해친다. 과욕과 무절제는 운동 습관 형성에 큰 걸림돌 중의 일부이기도 하다. 참고로 4가지 맨몸운동을  개인적인 상황에 맞추어 오전 운동(2 가지)과 오후 운동(2 가지)으로 적절하게 분할해서 한다면, 운동 소요시간은  10~15분 정도로 단축된다.  즉 오전에 15분, 오후에 15분 가량의 짧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경험상 최소 3개월을 버티면 몸 그 자체로 신체적 · 정신적으로 건강한 변화를 인지하게 되면서 의무적으로 하던 운동이 점차 무의식적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 데키무스 유니우스 유베날리스(AD 55 ~ 140)의 말을 잠시 빌려 본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 건강한 신체 튼튼한 심장에 깃드는 강인한 마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떠한 종류의 수고도 고난도 능히 이겨 낼 수 있게 한다....  내가 당신에게 하라고 권하는 것들은, 당신에게 오직 당신 자신만이 제공해 줄 수 있다."


나 같은 쉰세대도 저질체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는데, 하물며 그대야 오죽하겠는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누구나 하면 된다. 그러나 저질체력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느냐 아니면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느냐는 온전히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철저히 그대가 쥐어 짜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 의지에 달려있다.  체력이 곧 경쟁력이 된 시대다. 체력의 바탕없이는 냉혹한 경쟁사회를 열정과 정신력만으로 버텨내긴 힘들 것이다. 서두에 인용한 드라마 '미생'의 대사를 다시 복기해 본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2024.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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