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다만, 나를 비출 뿐

책은 나에게 무엇일까

by 유니제이


책을 읽는다는 건

세상의 문장을 빌려

내 얼굴을 비추는 일이다.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깊어지는 건 아니지만,

읽지 않으면서도 깊다는 사람은 좀처럼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 나를 보며 말한다.

“엄마 책 읽는건 그냥 읽는 거잖아.

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맞는 말이다.

책만 읽고, 세상은 읽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문장 속에서

자기 말투를 찾고,

자기 속도를 알아가는 사람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다르다.


질문하는 법이 다르고,

침묵의 길이가 다르며,

“그래요.” 같은 단어조차

다른 결로 흘러간다.


읽는다는 건

지혜를 장착하는 일이 아니라

오만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아니, 그러기 위해 연습하는거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읽는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하지 않기 위해.


그렇기에 오늘도 책 한 장 넘겨본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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