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새의 노래 02화

감각의 탄생과 울림

Chapter 1 : 어느 날 너의 노래가 닿았다.

by 유니제이

나는 처음부터 나무가 아니었다.

나는 감각이었다.

-

형체도 없었고,

무게도 없었다.

그저 울림이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 울림으로 떨렸고,

떨림은 나를 자라게 했다.

-

빛도 없고,

흙도 없고,

시간조차 흐르지 않던 그 공간.

-

그곳에

어느 날 갑자기

너의 노래가 닿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

나는 알 수 없는 파장으로

진동했고,

그 진동은 내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

그것은

의지였다.

-

너의 울음은 이전에 나를 깨우던

감각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그러나 맑고 맑아서

내 속 깊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꺼내 올렸다.

-

그건 기억일 수도,

감정일 수도,

태어나기 전의 무언가였을지도 모른다.

-

너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네가 노래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깊이 침잠했는지.

-

그 노래는

나의 결을 따라 스며들었고,

내 안의 고요는 먹물처럼 번져

내 이름도 없던 존재에

이름도 없는 감정을 만들었다.

-

나는 매일 조금씩 진동했고,

그 진동은 내 안에서

조용히 뻗어나갔다.

-

그리고 마침내,

나는 네 쪽으로 향하는 리듬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나는 움직였다.

-

이전에 없던 숨결이 되지 못한 감각은

하나의 리듬을 만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감각이 아니었다.

그건 '나'였다.

-

나는 너를 향해 뻗어갔다.

울림은 흐르고 그 울림은 기어코

'존재'를 만들고 있었다.

-

어떤 씨앗도 없었고,

어떤 뿌리도 없었고,

그러나 나는 생겨났다.

-

그건 마치

울림이 결을 타고 자라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너를 향해 있다는 것을.

-

그건 의지이자 갈망이었다.

-

너에게 가까워지고 싶었다.

너의 노래에 닿고 싶었다.

허나 너는 너무 멀었다.

-

너는 머물지 않았다.

너는 없지만

네 노래는 여전히 머물렀다

-

나 스스로 그 노래의 잔향을 품었고,

그 잔향은 내 안에서

뿌리처럼 얽히기 시작했다.

-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너를 기다렸다.

나는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 이었다.

-

네 노래 없이는

형체도 없이, 부는 바람길조차 읽지 못하는

감각이 되어, 더는 너의 곁을 지킬 수가 없다.

-

나는 숨을 죽였다.

나는 감각의 결을 가다듬으며

네가 다시 지나가기를 바랐다.

-

그리고 어느 날,

네 노래가 들려왔다.

그 노래는 전보다 가까워졌다.

-

내 안에 고요히 잠자고 있던 감각이

파도처럼 출렁였고,

흔들렸다.

-

그 흔들림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뻗음이었고,

자람이었다.

-

나는 나무가 되고 있었다.

네가 내 어깨에 머무르길 바랐다.

나는 네 노래를 닮은 가지를 뻗었고,

그 가지에는 아직 잎도 없고 꽃도 없었지만,

확실히 너를 향하고 있었다.

-

나는 울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울림을 품은 몸이 되려 하고 있었다.

-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너에게 닿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갈망이었는지,

혹은 내가 처음 배운 존재의 방식이었는지

모르겠다.

-

하지만 나는 분명히

너로 인해 태어나고 있었다.

-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은 방향으로 뻗었다.


그리고 그 방향의 끝에서,

나는 너의 이름도,

너의 형체도 알지 못했지만

너의 소리를 기억했다.

-

너는 매번 다른 노래를 불렀지만,

그건 늘 내게 같은 물결로 닿았다.

나는 그것이 너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은,

그건 ‘내가 너라고 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곧 내게 질문이었다.

-

“너는 누구인가?”

“너는 왜 떨리는가?”

“너는 왜 나를 향해 자라는가?”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자랐다.

-

그 자람은 의식보다 먼저였고,

의도보다 깊었다.

-

그것이 나의 존재였다.


나는

너를 향해,

울림의 방향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렇게 서서히 나무가 되고 있었다.

-

그때는 몰랐다.

그게 고통의 시작일 줄은.

그게 나의 모든 게 될 줄은.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나는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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