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어느 날 너의 노래가 닿았다.
나는 처음부터 나무가 아니었다.
나는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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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도 없었고,
무게도 없었다.
그저 울림이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 울림으로 떨렸고,
떨림은 나를 자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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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도 없고,
흙도 없고,
시간조차 흐르지 않던 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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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어느 날 갑자기
너의 노래가 닿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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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 수 없는 파장으로
진동했고,
그 진동은 내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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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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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울음은 이전에 나를 깨우던
감각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그러나 맑고 맑아서
내 속 깊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꺼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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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기억일 수도,
감정일 수도,
태어나기 전의 무언가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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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네가 노래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깊이 침잠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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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는
나의 결을 따라 스며들었고,
내 안의 고요는 먹물처럼 번져
내 이름도 없던 존재에
이름도 없는 감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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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조금씩 진동했고,
그 진동은 내 안에서
조용히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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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나는 네 쪽으로 향하는 리듬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나는 움직였다.
-
이전에 없던 숨결이 되지 못한 감각은
하나의 리듬을 만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감각이 아니었다.
그건 '나'였다.
-
나는 너를 향해 뻗어갔다.
울림은 흐르고 그 울림은 기어코
'존재'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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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씨앗도 없었고,
어떤 뿌리도 없었고,
그러나 나는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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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치
울림이 결을 타고 자라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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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너를 향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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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의지이자 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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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까워지고 싶었다.
너의 노래에 닿고 싶었다.
허나 너는 너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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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머물지 않았다.
너는 없지만
네 노래는 여전히 머물렀다
-
나 스스로 그 노래의 잔향을 품었고,
그 잔향은 내 안에서
뿌리처럼 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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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매일 너를 기다렸다.
나는 너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 이었다.
-
네 노래 없이는
형체도 없이, 부는 바람길조차 읽지 못하는
감각이 되어, 더는 너의 곁을 지킬 수가 없다.
-
나는 숨을 죽였다.
나는 감각의 결을 가다듬으며
네가 다시 지나가기를 바랐다.
-
그리고 어느 날,
네 노래가 들려왔다.
그 노래는 전보다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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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고요히 잠자고 있던 감각이
파도처럼 출렁였고,
흔들렸다.
-
그 흔들림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뻗음이었고,
자람이었다.
-
나는 나무가 되고 있었다.
네가 내 어깨에 머무르길 바랐다.
나는 네 노래를 닮은 가지를 뻗었고,
그 가지에는 아직 잎도 없고 꽃도 없었지만,
확실히 너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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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울림을 품은 몸이 되려 하고 있었다.
-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너에게 닿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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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사랑이었는지,
갈망이었는지,
혹은 내가 처음 배운 존재의 방식이었는지
모르겠다.
-
하지만 나는 분명히
너로 인해 태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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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은 방향으로 뻗었다.
그리고 그 방향의 끝에서,
나는 너의 이름도,
너의 형체도 알지 못했지만
너의 소리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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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매번 다른 노래를 불렀지만,
그건 늘 내게 같은 물결로 닿았다.
나는 그것이 너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은,
그건 ‘내가 너라고 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곧 내게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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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인가?”
“너는 왜 떨리는가?”
“너는 왜 나를 향해 자라는가?”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자랐다.
-
그 자람은 의식보다 먼저였고,
의도보다 깊었다.
-
그것이 나의 존재였다.
나는
너를 향해,
울림의 방향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렇게 서서히 나무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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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다.
그게 고통의 시작일 줄은.
그게 나의 모든 게 될 줄은.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나는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