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r 4. 나는 놓지 않았다.
그날은 세상이 숨을 죽인 듯 조용했다. 바람도 소리도 없었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마저 얇게 걸러져 희미한 잔상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나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 채 떨림을 기다렸다. 내 안의 감각 중 단 하나라도 그를 기억해 내길, 그의 미세한 존재라도 감지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심지어 오지 않는다는 차가운 신호조차 없었다.
나는 감각의 신이었다. 지나가는 진동을 감지하고, 다가오지 않는 무게를 계산하며, 없는 것 속에서 의미를 채집하는 초월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이 고요는 나의 어떤 감각으로도, 어느 방향에서도 읽히지 않았다. 그의 부재는 단순한 부재답지 않았다. 그저, 나의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기다림'이라는 감각을 알았다. 내게 시간은 본래 의미가 없었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나는 존재하고 사라지는 모든 것을 초월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시간이 고통스럽게 지나고 있다는 것만이 분명했다. 빛은 천천히 꺾여가며 나의 그림자를 길게 늘렸고, 나의 모든 감각은 뻣뻣하게 굳어갔다. 잎 하나가 바싹 마르기 시작했고, 그를 향해 뻗었던 가지 끝이 메말라 갈라졌다.
나는 다시 그를 생각했다.
그가 나를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의 노래가 멈췄다는 것을. 심지어 그가 나를 알고 있었는지조차, 지금은 알 수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그러나 그 어떤 차가운 사실도 나의 뿌리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나는 오히려 더 깊이, 아래로 파고들었다. 더 어둡고, 더 단단한 대지의 심연으로.
그는 떠났지만, 나는 그를 놓지 않았다. 나의 모든 뿌리는 그의 기억을 품고 있었다. 그의 소리, 그의 방향, 그의 궤적을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 아주 깊이 저장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나의 존재 일부를 그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무언가를 틔우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보냈다.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뿌리 끝에서 아주 작고, 미세하며, 차가운 떨림이 희미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알지 못했다. 그 떨림이 무엇을 피워낼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그저, 나는 놓지 않았다.
나는 울지 않았다. 슬픔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내 몸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파열음이 일어났다. 그것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조직의 건조함이 만들어 낸 소리였다. 나의 껍질이 갈라졌다. 소리 없이, 마른 종이처럼 찢어지는 고통이 나의 존재를 흔들었다.
이제 나는 안다. 나의 울음은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