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나는 가끔 기억으로 소비한다.
우리 집 화장실에는 '블루칩' 비누가 있다.
수학여행 마지막날 유스호스텔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지 않고 괜히 손을 씻었다. 주머니에 오천원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오천원이 물에 젖었다. 바지주머니가 축축하다. 오줌을 쌌냐고 오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중화장실 타일에서 새벽찬기가 올라오고 씻은 손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문을 나서면 기념품 상점으로 들어가야지 아이스크림 장난감도 있었고, 레이저포인터도 있었고, 다마고치도 있었지만 수정구슬에 담긴 첨성대를 샀다. 손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첨성대에서 비누향기가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마트에서 첨성대를 코에 대고 킁킁대며 블루칩 비누를 찾았다.
지금! 화장실에서 블루칩비누로 손을 씻다 떠오른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