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봄 "YOU AND I"
"어, 이거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노랜데."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거의 동시에 꺼낸 말을 간발의 차로 먼저 끝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랜데. 우리는 의도치 않게 겹친 말 때문에 약간의 장난스러운 승부욕이 발동했다. 먼저 좋아한 건 이쪽일걸?이라고 기싸움을 하듯 우리는 팔짱을 끼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스피커에서는 노래의 전주가 끝나가고 있었다. 술집 사람들의 쉴 새 없는 수다 소리와 술을 주문하는 소리 너머로 1절이 흘러나왔다. 박봄의 "YOU AND I". 어느덧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어간, 은은한 향수 같은 노래였다.
유(You) 내가 쓰러질 때
절대 흔들림 없이
강한 눈빛으로
몇 번이고 날 일으켜줘
향기를 잠시 확인하듯 조용히 노래를 들었고 이쯤이면 충분하다 싶을 때 서로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먼저 질문한 건 그녀 쪽이었다.
"아니, 그러면 선배님은 왜 이 노래를 좋아하시는데요."
이런 순간에는 꼭 나이차를 떠올리게 높여 부르는 그녀였다.
"일단 멜로디가 좋으니까. 어릴 때 차에서 엄마가 자주 틀던 팝송 느낌도 나서 뭔가 아련해지는 느낌도 있고. 넌 안 좋아해?"
"나도 좋아하긴 해요. 우리 아빠가 더 좋아해서 약간 그 정도가 묻힐 뿐. 아빠는 지금 나오는 저 부분을 자주 흥얼거렸는데."
난 해준 게 없는데
초라한 나지만
오늘 그대 위해 이 노랠 불러요
박봄의 강단 있으면서도 청량한 목소리는 몽글몽글한 전자음과 적절한 비율을 이룬 채 가게 안에서 뻗어나갔다. 도착한 곳은 청취자 각자의 기억이었다. 내 앞의 그녀는 들을 때마다 가족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빠의 뒤에서 노래를 듣던 초등학생 시절이 생생하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내가 증언할 차례였다.
"나는 중학생 때가 떠올라. 학교 쉬는 시간이나 청소 시간에 흘러나왔던 것 같은데. 이게 언제 발매된 거지. (검색해 본다.) 2009년 10월이네. 2010년에 내가 중학생이었으니까 딱 그 시기에 들었던 게 맞네."
"헐. 이 노래 나올 때 중학생이었어요? 늙었네요."
두 살 아래인 그녀는 나를 까마득한 선배님~ 하고 놀린다. 우리는 하이볼이 든 잔을 쳤다. 우린 다른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 You and I를 들었지만 지금은 같은 장소에서 그 노래를 들으며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우리의 건배는 각자의 지난 시간을 기념하고 지금 이 자리에 온 것을 축하하는 의미 같았다. 스피커에서 "YOU AND I"의 후렴이 나왔다. 우리는 술집의 소음 속에서, 위스키 맛이 남아있는 입으로 박하사탕 맛 같은 그 구절을 따라 불러보았다.
You and I together, it's just feels al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