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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훈 Jun 29. 2023

FM 라디오 스케치

Mr. Room9 "너구리"


DJ : 안녕하세요. 작가의 마음 라디오 진행자 DJ Wish입니다. 연재하시는 "음악과 경험"이 어느덧 17회차를 맞이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시훈 : 벌써?라는 생각이 들 만큼 결과물이 쌓였다는 게 신기해요. 써온 걸 다시 읽어볼 때마다 보람은 물론,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껴지네요. 그래도 아직 연재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걸 보면 내가 이 프로젝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확실히 <음악과 경험>은 쓰는 걸 더 재밌게 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매번 어떤 노래를 소재로 어떤 글을 쓸지 기대된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를 지속시켜주고 있어요. 매달 1회씩 꾸준히 연재를 해온 사실이 그 증거라고 생각해요.


DJ : 그렇게 연재를 꾸준히 하시려면 우선 전체적인 기획을 해놓으셨을 것 같은데 혹시 글의 순서나 정하시는 곡에 대한 기준 등이 있나요?


시훈 : 네. 정확해요. 무작정 그때그때 떠오르는 음악과 에피소드를 글로 쓰는 게 아니라 철저히 기획을 바탕으로 두고 연재를 하고 있어요. 기획에는 크게 두 가지 기준을 고려했고요. 첫 번째는 "가능하면 시기 순으로 연재를 하자."예요. 유년기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펼쳐놓으려 해요. 물론 중간중간 다른 시기의 이야기를 할 때도 있겠지만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글의 방향을 잡을 거고요. 그다음으로는 "음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에요. 한 에피소드에서 다룬 곡이 다음 에피소드의 곡으로 넘어갈 때 이질감이 없게 하는 거죠. 이건 플레이리스트를 짜는 작업과도 같아요.


DJ : 그건 어렵지 않나요?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루실 테니까 각각의 곡이 가진 느낌을 조화롭게 잇는 일은 힘들 것 같아요.


시훈 : 그래도 시기별로 듣던 음악끼리 모아보니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각각의 곡이 그 시절 저의 감수성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그 입체도형처럼 이루어진 연결선들 속을 휘저으며 노래를 결정해요. 이번엔 이 노래다! 그리고 다음은 이 노래다! 노래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재 리스트를 짜고 있어요. 훗날 연재분을 모아 책을 내고 북토크라도 하는 날에는 제가 뽑은 노래들을 순서대로 틀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곧 이 프로젝트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DJ : 듣다 보니 요즘도 작가님이 다음에 다룰 노래와 에피소드를 계속 기획해두고 있을 것 같아요.


시훈 : 맞아요. 최근에도 메모를 해두고 있어요. Brockhampton - 경주 청년인문공감. 이런 식으로요. 곡이랑 그 곡에 연관된 저의 경험을 간단히 메모해둔답니다. 내용이 궁금하시죠? 나중에 연재되면 확인해보세요. 그런데 그때가 언제 올까요? 아직 써야 할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아요. (웃음)


DJ : 말 그대로 음악 수필집이자 자서전이 되는 셈이네요. 어떻게 보면 매번 라디오 진행자처럼 글에 임하는 느낌이 드시겠어요. 이번에 소개해 주실 노래는 무엇인가요?


시훈 : 이번에 선곡한 노래는 "너구리"예요. Mr. Room9(이하 룸나인)이라는 래퍼의 앨범 Love pt.1에 마지막 곡으로 수록되었죠.


DJ : 너구리요? 제목이 특이하네요. 래퍼가 제목으로 삼을만한 단어는 아닌 것 같은데.


시훈 : 맞아요. 그래서인지 정작 들어보면 힙합이 아니라 통기타 하나로 이루어진 인디밴드 노래 같아요. 너구리 하면 뭐가 먼저 생각나세요?


DJ : 아무래도 라면이겠죠?


시훈 : 맞아요. 여기서 너구리는 라면 "너구리"에요. 저는 긴가민가 했어요. CM 송도 아닌데 제목이 너구리라고? 룸나인이 너구리를 닮아서 애칭이었나? 설마 라면으로 노래를 만들겠어 했는데 정말 라면으로 노래를 만들었더라고요.


DJ : 궁금해지는데요? 한번 들어볼까요?


새하얀 새벽~ 그녀와 둘이~ 마주 앉아서 함께 끓여먹던~
계란 없어도~ 파가 없어도~ 함께라면 맛있는 라면 너구리~


DJ : 왜 인디밴드 노래라고 하신 지 알 것 같아요. 통기타 연주 위로 아예 노래를 부르네요. 라면을 끓이는 부엌의 소박함이 느껴지는 노래에요. 기타 소리는 라면을 더 맛있게 하려고 넣을 파를 써는 소리 같고, 중간에 잠시 하시는 랩은 라면에 치는 스프 같네요!


시훈 : 랩을 해오던 룸나인이 보여주는 신선한 모습이었죠. 우리 일상과 사랑을 연관 지어 만든 재미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특히 첫 후렴과 두 번째 후렴의 내용이 달라요. 처음엔 연인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다음은 이별 후 혼자 끓여먹는 상황을 연출하죠. 처음 들었던 중학생 때 이 두 상반된 후렴이 재미있고 기발하다고 감탄한 기억이 나네요.


새까만 새벽~ 술 취한 부엌~ 울며 앉아서 혼자 끓여먹던
김치 없어서~ 밥도 없어서~ 혼자라서 조금은 슬픈 너구리


DJ : 그런 노래를 만나면 즐거움이 있죠. 이거는 이래야 한다. 그런 틀을 깨주는 경험을 준달까요. 래퍼가 라면을 소재로 이별 노래를 만들 줄이야. 비슷한 결에서 시훈 님의 "음악과 경험"도 그런 즐거움을 주어요. 이 노래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그런 경험을 했구나. 공감 갈 때도 있고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들어 설렐 때도 있어요. 새삼 음악과 글에 재미를 부가해 주는 지점이 많아요. 이번 곡에는 시훈 님의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죠? 혹시 라면을 끓여먹다가 처음 들었다던가?


시훈 : 하하. 그건 아니고요. 우선 이 노래를 들으면 저는 중학교 교실에서 둥그스름하게 모인 친구들이 생각나요.


DJ : 설마 다 같이 교실에서 라면을?


시훈 : 와. 그랬으면 더 재밌었겠는걸요? 아쉽게도 라면은 없었고 대신 "너구리"라는 노래가 있었죠. 제가 한창 흥얼거리곤 했는데 친구들이 후렴을 어느새 외워버린 거예요. 쉬는 시간에 책상에 걸터앉아 먼 산 보며 흥얼거리는데 애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본격적인 합창이 시작되었죠.


DJ : 둥글게 모여서요?


시훈 : 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어느덧 애들이 둥글게 모여있더라고요. 저는 기타를 연주하는 시늉을 했고 친구들은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새하얀 새벽~ 그녀와 둘이~ 마주 앉아서~ 함께 끓여먹던~


DJ : 캠핑 간 느낌이겠네요. 마치 1박 2일에서 김C의 기타 연주에 멤버들이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부르는 장면 같아요.


시훈 : 그 멤버 그대로 여행을 다니자고 약속하기도 했어요. 오아시스 노래를 다룬 "계속 상영되는 여행" 편을 참고하면 될 것 같네요. 여하튼 그 시절에 듣던 노래는 중학교 교실의 여름 공기, 교복 색깔, 친구의 어깨선, 형광등, 골목길, 꿈에 대해 이야기하던 장면 등을 재현해요. 다시금 노래를 들으면 기억을 맛보게 되죠.


DJ : 이야기 나누니 저도 글을 쓰고 싶게끔 하네요. 그럼 작가님이 준비하신 곡을 더 들어볼까요? 너무나 유명한, 다음 곡입니다. 2010년의 시작을 활짝 열었던 노래. 자,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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