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행성에 벌거벗은 채 처음 온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날 보살펴주는 어른 인간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방식을 습득했다. 그렇게 아주 어릴 적 몇 가지 방식을 조합하여 세상에 대한 시나리오를 썼다. 그때 우리는 너무 어렸기에 그 시나리오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부모도 인식하지 못한 무의식의 패턴을 아이는 삶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인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내 삶에 유용하지 않은 것들도 나의 생존과 연결시켰다.
어릴 적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인간이 심리적으로 가지는 가장 큰 재해는 저 시나리오를 평생 반복할 때이다. 5살의 시나리오는 그때 만든 영화로 충분했다. 그 시나리오를 수정하지 않고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재생한다면 그건 무서운 일이다. 제프리영은 그걸 삶의 덫이라 불렀다. 벗어날 수 있는데 익숙함에 내가 잡고있는 덫이다.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약육강식의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겐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고 살아남는다는 대전제가 있다.
이 시나리오를 가지면 강한 자가 되기를 추구하고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노력과 상황과 운이 따라주면 강자가 되는 우월감을 잠시 누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못할 경우 이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이 누리는 건 열등감과 불안이다. 설사 강자가 된다해도 떨어질까 두렵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이라 한 세트이다.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들은 자신의 기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비난하고 속상해하지만 정작 문제는 자기 안에 의식하지 못한 불안이다. 그 불안을 계속 아이에게 투사할 뿐이다. 세상은 성공하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전쟁터가 아니다. 강하면 강한대로 약하면 약한대로 서로 기대서 살아진다.
심리학 공부를 하는 이유는 성공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열심히 사는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라는 요구도 아니다. 그냥 단 한가지다.
잘못된 시나리오를 버리라는 것. -> 새로 쓰면 된다
덫에서 두발로 걸어 나오라는 것.-> 안 죽는다
자유롭게 당신 자신을 살라는 것.-> Be you!
이것이 참 쉬운 일이기도 하고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쉽다고 생각하면 쉽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내가 붙잡지 않으면 다 꿈과 같다. 어제도 꿈, 오늘도 꿈, 내일도 꿈.
인간은 길어야 100년쯤 살다 죽는다.
잘나도 죽고 못나도 죽는다.
그러니 자유롭게100년 지구여행 즐겁게 하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