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 참여는 하고 싶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혹은 한 번 가봤는데 그저 사교 모임인 것 같아서 나가지 않는다는 분들이 있다. 내가 들어갈 알맞은 모임을 찾지 못했다면 그런 분들께 이렇게 말한다. “그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요?”라고. 모임 멤버들이 이미 구성되어 있는 특정한 곳을 꼭 찾아가지 않아도 내 상황에 맞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물론 알맞은 모임을 찾지 못한 이유가 외부 요인, 즉 모임에 있지 않고 자신에게 있는 경우도 있다. 그걸 자신만 모를 뿐.... 내가 모임을 만들어보길 권하는 분들은 모임을 잘 이끌 수 있는 특유의 자질이 보이는 사람들이다. 물론 ‘리더’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호칭이다. 다른 표현으로 모임장, 반장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해볼 수 있겠지만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간에 역할로 말하자면 독서생활을 ‘돕는 자’ 혹은 ‘안내자’이다.
독서모임은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말 그대로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기에 읽을 수 있고 생각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있는 곳에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시작할 수 있다. 독서모임을 꾸리고 운영하는데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겉보기엔 책 정하고 날짜만 정하면 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 단순해 보이는 일에 많은 정신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리고 리더의 성향에 따라서 모임의 분위기가 많이 좌지우지 된다. 간혹 예전에 다른 독서모임에 참여했는데 잡담만 나누어서 몇번 나가다가 안 간다는 분들을 보면 그런 모임은 둘 중 하나이다. 리더가 없거나 리더가 잡담하는 분위기를 좋아하거나. 내가 하는 독서모임에도 종종 다른 독서모임을 주최하고 있는 분들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들이 모임원으로서 참여하는 스타일을 보면 그들이 진행하는 모임의 분위기가 대충 그려진다. 모두 각자의 장점이 명확한데 그 장점이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너무 보드라우면 편안하고 다정해서 좋긴 하지만 명확히 선을 그어야하는 부분을 놓치고 사람이 너무 딱딱하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고 적을 만든다. 어쨌거나 목적이 명확하고 오래가는 모임을 만들기위해서는 리더가 있어야한다. 리더는 그저 ‘책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래 지속하는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공이 필요하다. 모임의 목적에 맞는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고 참여자들이 모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모임 리더 어떠해야 하는가. 국가고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명확히 정해진 자격은 없지만 최소한 요구되는 자질은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에 대한 지식'과 '사람에 대한 태도'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요구한다.
첫째,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한다.
독서모임 리더라고 하면 말을 잘 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말이 많은 리더보다 좋은 리더는, 멤버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서로의 의견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책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경험을 존중하고, 어떤 의견이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는 독서모임이 단순한 토론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해석은 다르고, 말하고 싶은 속도도 다르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감동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책에서 이해되지 않는 점을 묻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책과 관련된 자신의 삶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조용히 듣기만 한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지만, 그 균형을 맞추는 건 리더의 몫이다. 이때, 리더가 귀 기울여 듣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의미 있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말을 누군가 잘 들어주고 있다고 느낄 때,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리더가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면, 다른 멤버들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독서모임은 단순한 독서의 장을 넘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공간이 된다. 결국 ‘사람을 좋아하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둘째, 사람들의 성장을 돕기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모임을 통해 누군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다. 처음에는 수줍음이 많아 한 마디도 하지 않던 멤버가 어느 순간 자신만의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할 때, 혹은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할 때, 리더로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좋은 리더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하나의 고정된 모습으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때에 따라 상대에 맞춰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걷어내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 서로를 부드럽게 이어주고 경직된 마음을 풀어주는 촉진자(퍼실리테이터)이기도 하다. 때론 각자의 속도를 조율해주기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조용히 배려하는 심리적 지지자가 되기도 한다. 난 어떤 때는 모임에서 가장 바보스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역할이든 간에 멤버들이 책을 읽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개개인의 성장을 응원하고, 작은 변화에도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태도를 가진 리더가 있을 때, 독서모임은 단순한 ‘책 읽는 모임’을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 된다. 모임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넓어지고,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독서모임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된다.
셋째, 계속 공부하는 열의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독서모임을 꾸준히 운영하다 보면, 책을 선정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큰 과제가 된다. 어떤 책을 제외하고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 책을 고르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멤버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면서도, 모임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전적인 책을 선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런 안목은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다방면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키워야하는 감각이다. 단순히 베스트셀러를 골라서도 안 되고 수준에 안 맞는 너무 어려운 책을 골라도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다양한 책을 접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결국 독서모임의 LEADER는 멈추지 않는 READER여야 한다.
공부하는 리더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독서모임이 정체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다. 좋은 모임은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성장한다. 토론 방식이든, 책을 읽는 주제든, 때로는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 고민하고, 다른 독서모임의 사례를 참고하며, 더 나은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리더가 계속 배우는 태도를 보이면, 멤버들도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는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점이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어요.”, “다음에는 이런 주제의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독서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장이 된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독서모임 리더의 자질이란 것은 너무 대단한 사람들의 무엇같다. 그리고 독서모임 리더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분야를 막론하고 좀 훌륭하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덕목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모임을 할 역량이 충분한 분들은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시작을 주저하고, 모임을 하기엔 아직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해 걱정스러운 분들은 자신있게 독서모임을 시작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시작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은 섬세함이 부족하고 섬세한 사람들은 추진력이 부족하다. 이 동전의 양면을 때에 따라 뒤집었다 엎었다 하며 자유자재로 드러낼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한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서 보면 역량이 되는데 시작을 안 하는 사람보다 역량이 모자라도 일단 하는 사람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한 사람은 어떻게든 제자리는 벗어난다. 뭐든 시작을 해야 부족함을 알고 개선할 기회가 생긴다. 연습이 사람을 만든다고 오랜시간 경험치가 쌓이다 보면 늘어간다. 오직 경험이 자격을 만든다. 그래서 시작하지 않으면 자격은 영원히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위의 자질을 다 갖추어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올시다. 그렇기에 위의 세 가지 자격에 나에게 유리한, 나를 포함시킬 수 있는 한가지의 자질을 더 추가해본다. 위의 덕목이 없다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일 것, 그리고 이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고 있는 사람일 것.